매일신문

기자노트-농민 시위와 건국위

2차 전국농민대회가 열린 7일 정오 영양군청 마당. 농민들이 농기계 30여대를 몰고 군청으로 진입해 농가폐업을 선언하며 반납에 나섰던 그 시각, 지역 유지급 인사들이 제2건국위원 위촉장을 받아들고 지하식당에서 점심을 먹고는 유유히 군청을 떠났다.

이렇다할 경제적 기반이 전무한 농촌지역인 영양에 최근 계속되고 있는 농민들의 '농가폐업 선언' 등 생존권 투쟁을 강건너 불보듯하는 분위기를 제2건국 추진위원들이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굳이 외면하고 싶어하는 이들을 보며 농민들의 외로운 싸움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상주인구 2만여명의 영양지역은 농민들과 그 가족들이 주민의 80%를 차지한다. 상업인구도 대부분 농민들이 지출하는 돈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같은 농민들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최근 계속되고 있는 '농가부채특별법제정'과'농산물 제값받기 투쟁', '농가폐업선언' 등 일련의 농민집회에 대해 사회단체는 물론 공직사회조차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빚내 쓰고 갚지 않겠다고 나서면 꼬박꼬박 이자를 무는 상인이나 기업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들이냐'는 식의 논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올 한해 동안 농민들이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생산비를 웃도는 가격을 받은 농산물은 단 한 품목도 없다는 농촌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할 뿐이다.

빚독촉에 야반도주하거나 목숨마저 끊는 등 억장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견디지 못한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업수단인 농기계를 반납하고 급기야는 부채 현물상환으로 '농가폐업'을 선언, 각종 공과금은 물론 농업 관련 세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절규하고 있다.

상황이 이같이 치닫고 있는데도 어느 지역보다 농민들과 아픔을 함께 해야 할 일부 분별없는 지역 인사들의 행동이 농민들의 고단함을 더해 주고 있다.

사회2부 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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