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나하이나 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는 1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 나라와 확실하게 다른 점은 학생 대표 2명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가 하면, 카니발 축제 등의 행사를 통해 연간 30~40억 달러(4억원 안팎)의 순수익을 올리는 푸나우 고등학교 사친회의 카니발 축제위원회에도 11학년 학생대표 2명이 들어가 있었다. 이러한 예들은 우리 나라가 아직은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대표까지 학교와 학부모회의 주요 의사결정구조에 동참하는 교육선진국에 당도하려면 아득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당연히, 미국의 학교에서는 학생뿐만이 아니라 학부모들도 당당한 교육주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음악이나 미술에 조예가 있는 학부모의 예술교사(arts teacher) 활동이다. 그러나 그들의 수업은 모두 자원봉사활동으로, 보수는 받지 않는다. 또, 학부모들은 교사의 채점을 돕는 일도 한다. 우리 나라 식으로 말하면 서술형 주요 문항의 채점은 교사가 하지만, 단답형 등 간단한 것은 학부모들이 처리한다. 교사들이 학생을 가르칠 준비를 하는 데에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배려인 것이다.
또, 교사와 학부모의 공동교육활동에는 오픈 하우스(Open house)가 있다. 학부모들은 퇴근 후 자신의 자녀가 선택한 교과목의 담당교사와 수업의 목표, 강의 방법, 평가 방법, 평가 기준, 준비물, 과제 등에 관해 대화하고 설명하는 오픈 하우스를 가지는데, 학년초인 9월과 학년말인 6월에 열린다. 학년초의 오픈 하우스 때에는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1년간 진행될 수업 전반에 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학부모와 의견교환을 한다. 학년말의 오픈 하우스는 1년 동안 학생이 획득한 성취를 교사가 학부모에게 설명하고 보여주는 자리이다. 이 때 교사는 학생의 작품, 학습장 등을 진열해둠으로써 학부모가 자기 자녀의 학습 진척 정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학기 중에는 (학부모 면담일) conference day가 있다. 약 일주일 정도 계속되는 이 기간에는 오전 수업만 실시된다. 교사와 학부모는 서로 약속한 시간에 만나 학생의 학습성취 정도, 교우 관계, 학습태도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나하이나 초등학교는 모든 교사가 1층이었다. 푸나우 고등학교도 모든 건물이 2층 이하였다. 아이들은 학급당 18명이 옹기종기 모여 수업을 받고 있었다. 아이나하이나 초등학교도 푸타우 고등학교도 교문도 없고 담장도 없었다. 두 학교 모두 커다란 나무들과 울긋불긋한 꽃밭, 학교 부지 전체를 빈틈없이 메운 푸른 잔디밭으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잔디밭 곳곳에는 튼튼하고 편한 벤치가 놓여 있었다. 탐색대의 눈에는 학교가 아니라 그대로 품위있는 공원처럼만 보였다.
정만진 (화원여고 교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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