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잃은 지방금융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예상 밖의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부문·계층간 불균형이 심화돼 곳곳에 주름과 그늘이 오히려 짙게 드리워지기도 했다. 특히 올해 국내경제 성장률이 9%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지방의 체감경기는 꽁꽁 얼어 붙어 명암이 사뭇 엇갈리고 있다.
지역 경제를 이끌어 온 내로라 하는 간판 기업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지역 금융기관들마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서울로 본사를 옮겨갔다. 이처럼 지방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것은 부가가치와 성장성이 낮은 제조업 기반에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마저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등 실물경제 기반 자체가 워낙 취약한 탓도 있지만 지방금융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자금 유출 심해져
지역 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실물경제 기반을 탄탄히 구축해야 함은 물론 지방 금융의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방에서 조성되는 자금의 규모가 작을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수도권으로 끊임없이 빠져나가고 있다. 더구나 올 들어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방의 자금이 전국형 소매금융 중심은행이나 우체국 등에 집중됨으로써 지방 자금의 유출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금융기관 여수신 실적에서 차지하는 지방(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제외)의 비중은 1997년 36.8%에서 2000년 6월 34.8%로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자금흐름을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고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방에서 조성된 자금이 지역 금융기관을 통해 많이 지원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금고 지방銀에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자치단체의 금고업무를 비롯하여 법원 공탁금과 보관금,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료와 국민연금 등과 같은 공공자금을 지방은행에 전담 예치토록 해야 할 것이다. 법원공탁금 등 지역 공공자금의 지방은행 예치는 청와대 산하의 지역균형발전기획단에서 검토한 바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경제계, 정치인들간에도 이미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총 2천984개 지자체 금고 중에서 지방은행이 전체의 60.3%를 취급하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들은 필요한 자금을 여전히 간접금융에 의존해야 하고 지방은행에 자금수요가 몰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은행에 대한 정책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국민주택기금의 취급 금융기관을 지방은행으로까지 확대하는 한편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 지원이 지방 중소기업에 더 많이 돌아가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신기능이 없고 지방에서 활용되는 비율이 낮은 체신예금에의 지나친 자금집중을 완화토록 하거나 일정 비율을 지방에 환유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산업과 금융의 두 바퀴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이 지나치게 글로벌 경쟁이나 시장원리에 집착하다 보면 '지방경제의 붕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쓰러져가는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지원시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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