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정쟁과 파행으로 얼룩진 가운데 9일 100일간의 회기를 마감한다.
새 천년 첫해의 정기국회여서 더욱 관심을 모았던 이번 정기국회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4·13 총선 편사수사 공세속에 국회법 개정안을 운영위에서 강행 처리한 뒤 장기공전 사태를 겪다가 개회일(9월1일)을 38일 넘긴 10월 9일에야 문을 여는 등 출발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정기국회는 이후 가까스로 정상화된 이후에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4·13 총선 사범 수사, '한빛은행 사건' '동방금고 사건' 등 정치쟁점을 둘러싸고 여야간 극심한 공방과 대립이 펼쳐졌다.
또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조선노동당 2중대' 발언과 검찰수뇌부 탄핵소추안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대정부질문도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등 11월에만 두차례 파행사태를 겪었다.
이에 따라 금년 정기국회는 여야간 정쟁과 대결의 여파로 지난 63년 헌법개정 이후 '회기내에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첫 정기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정쟁으로 지낸 국감
10월 19일부터 11월 7일까지 20일간 이뤄진 국정감사는 의원들의 높은 출석률, 의욕적인 정책대안제시 등 과거 국회에 비해 개선된 점도 적지 않았으나, 정치쟁점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대립으로 이런 긍정적 측면은 묻혀 버렸다.
여야는 국감 초반부터 '한빛은행 사건', 검찰의 4·13 총선수사, 대북정책, 공적자금 투입 문제 등을 둘러싸고 당리당략적 공방을 계속했으며, 국감도중 불거져 나온 '동방금고 사건'은 이같은 대치를 심화시켰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정무위 국감에서 여권실세의 '동방사건' 연루의혹을 제기했고, 급기야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감에선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이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최고위원 등 '여권 실세' 4인의 실명을 거론하자 민주당은 "면책특권을 악용한 정치공세"라고 반발, 법사위 국감중단 사태가 빚어졌다.
아울러 이번 국감에서도 동료의원들간 험악한 욕설과 고함, 삿대질, 피감기관에 대한 강압적인 질문, 국감자료 '뻥튀기기' 등 구태가 재연돼 피감기관 관계자들과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정부질문과 국회 파행
여야는 4·13 총선 선거사범 수사와 대북정책 등 일부 정치쟁점을 둘러싸고 본회의장을 '정치선전장'으로 이용함으로써 행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대정부질문 본연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특히 지난 11월 14일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 도중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이 민주당을 북한 노동당의 '2중대'로 매도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정기국회는 다시 파행을 맞았다.
김 의원은 '소신발언'이라는 본인의 해명에도 불구, 대한민국의 집권당을 북한노동당의 '2중대'로 폄하함으로써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정치권 안팎의 비판속에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한계에 대한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다만 여야 의원들이 국가적 현안인 경제문제에 있어선 비교적 균형잡힌 시각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의 허점을 강도높게 추궁한 점은 이번 대정부 질문의 성과로 꼽을 만하다.
이밖에 16대 국회 들어 첫 도입된 일문일답식 보충질문은 의원들의 준비부족과 당리당략적 질문태도로 인해 몇몇 의원을 제외하곤 기대에 못미쳤다는 지적이다.
◇검찰 탄핵안과 예산안 처리 무산
여야간 정쟁은 한나라당이 발의한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를 놓고 정점에 달했다.
민주당은 자민련과의 공조가 여의치않아 탄핵안 부결처리를 자신할 수 없게 되자 11월 17일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본회의 사회 봉쇄라는 비정상적 방법을 동원해 탄핵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는 다시 파행됐으며 새해 예산안과 공적자금 동의안, 법안심의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결국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1월 25일 공적자금 동의안 처리의 시급성 때문에 '무조건 등원' 선언을 함으로써 국회는 정상화되고 12월 2일 여야 합의로 공적자금 동의안이 처리됐다.
그러나 잇단 국회파행은 결국 63년 이후 처음으로 정기국회 회기내 예산안 처리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으며, 반부패 기본법, 남북협력기금법, 교육공무원법 등 주요법안의 처리도 1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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