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조건부 수급자 "선정 기준이 뭐냐",수혜거부, 재선정 요구사례 속출

지난 10월부터 시행중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조건부 수급자들이 허술한 대상자 선정과 부적절한 일자리 배정, 낮은 급여수준 등으로 수혜를 거부하거나 재선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시내 각 구청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6만9천여명)중 근로능력이 있는 1천500여명을 조건부 수급자로 선정, 최근 고용안정센터나 자활지원센터, 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관 등에 배정했다.

이들은 배정지에서 일을 하는 조건으로 일정한 급여를 받도록 했으나 기초단체가 일자리 배정 과정에서 질병,연령,부양의무자 유무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바람에 상당수 수급자들이 재선정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내 4개 자활지원센터에 따르면 자활지원센터에 보내진 조건부수급자 1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이 수급자 재선정을 요구한 바람에 이중 절반을 동사무소에 재상담하도록 의뢰한 상태다.

또 기초생활보장 급여대상자 대다수가 교육급여,의료급여 등을 포함한 공제액만 20~30만원으로 실제 총 수급액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해 상당수 수급자가 아예 수급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따라서 대구시내 8개 구.군청별로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40여명씩 조건부수급 근로에 불응하고 있어 11월말 현재 조건부수급 거부자가 100명을 넘어서고 있다.

김모(42)씨의 경우 최근 6년동안 우울증 증세로 공동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조건부수급자로 선정돼 남구자활지원센터로 보내졌으나 근로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자활지원센터가 해당 동사무소에 재선정을 의뢰했다.

박모(39.여)씨도 질병을 앓고 있는 남편의 병간호에 매달려야 하지만 조건부 수급자로 자활사업에 투입되는 바람에 재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홀어머니를 모시는 정모(36.여)씨는 "급여액이 54만원이지만 공제액만 34만원으로 실제 20만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20만원을 받기 위해 조건부 근로를 하느니 차라리 식당일을 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국장은 "수급권자 조건을 완화하고 추정소득이 아닌 실소득 조사를 벌이는 등 자활계획을 철저히 세워 급여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며 "모처럼 도입한 기초생활보장제가 생색내기에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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