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IMF 3주년 심포지엄에서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KDI는 이날 '경제구조조정 평가 및 향후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부실한 금융기관을 정리하고 경쟁력없는 재벌사들을 퇴출시키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러나 △11·3 기업퇴출대상이 예상보다 축소됐으며 △명확한 논리없이 투신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주주에게 피해를 준 기업인과 관련 정치인·관료에 대한 처벌도 약하다는 점을 등을 들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11·3기업퇴출 부작용 많다
KDI는 11·3 기업퇴출에 대해 "시장의 힘에 떠밀려 단기간내에 많은 부실징후기업을 심사하는 몰아치기식 기업퇴출"이라고 규정하고 "상당한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부실기업중 상당수가 일시에 퇴출되는 데 따른 경제적 영향 때문에 퇴출대상이 줄어들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편입된지 2년이나 지났으면서도 여전히 영업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이 청산대신 매각으로 분류됐고 △퇴출되는 기업의 상당수는 퇴출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며 △퇴출에서 제외된 기업의 생존가능성도 불투명해 신용경색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퇴출대상에서 빠진 기업을 생존가능 기업으로 간주하고 적극 지원하라는 정부의 주문도 실제로는 생존할 수 없는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이는 건실한 경쟁업체에 악양향을 준다고 KDI는 지적했다.
또 기업부실을 초래한 소유경영인과 경영감시자에 대한 책임추궁이 미흡해 처벌을 통한 학습효과가 반감되고 있으며 구조조정의 공정성에 대한 노동자의 반발도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기업처리 지연돼 왔다
11·3기업퇴출 문제의 핵심은 그동안 부실기업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은 데 있다고 KDI는 밝혔다.
그동안 부실기업 지배주주는 경영권 상실을 우려했고 채권금융기관은 손실 반영에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하락을 걱정했으며 정부는 공적자금 추가조성과 이로 인한 책임논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부실기업 처리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기업퇴출을 미루고 있다가 경제 위기감이 확산된 이후에 뒤늦게 부실기업처리에 나섰다고 KDI는 비판했다.
이와함께 KDI 관계자는 "외환위기 직후에 기업들에게 부채를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그 기준을 수익성대비 부채규모로 정했어야 했는데 자기자본 대비 부채의 비율로 제시한 것도 문제"라면서 "이에 따라 기업들은 부채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만 낮추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강화됐지만 민영화 지연으로 인해 자율성이 정착되지 않은 것도 기업구조조정이 차질을 빚게 된 요인으로 꼽았다.
◆금융구조조정 부분적 목표달성에 그쳐
KDI는 지난 3년간의 금융구조조정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즉 △여전히 투신이 제기능을 못하고 회사채 시장이 마비되는 등 금융시스템의 자원배분 기능은 아직 복원되지 않았고 △부실을 드러내고 처리하는 능력도 기대에 못미치며 △최근 금융사건과 코스닥시장의 몰락에서 입증됐듯이 금융시장의 불법·불공정거래도 근절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금융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위기이전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요 금융기관의 소유자이면서 암묵적인 보험 제공자, 건전성 감독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기관의 부실기업 정리기능과 위험관리 기능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KDI는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자금·국유재산을 포함한 공적자금은 일반적으로 예금보험대상 금융기관으로 제한해야 하나 명확한 논리의 제시없이 투신에 투입하는 등 구조조정의 원칙도 없다고 KDI는 밝혔다.
또 부실금융기관을 청산·P&A방식으로 처리했던 지난 98년과 달리 작년 중반이후부터는 모든 금융기관을 국유화하면서 부실금융기관 처리기준이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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