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방울토마토를 필두로 여름 포도를 거쳐 지금의 사과, 배, 배추, 무 등 올 한해 과채류 값은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온갖 악재가 한꺼번에 터진 때문이다. 지난해 유가인상으로 농가마다 재배작목을 저온성 작물에 집중, 딸기, 토마토, 참외 등의 작목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제주산 감귤 과잉생산(122%)에 따른 이월 공급과 과채류 소비위축,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오렌지 풍작에 따른 저가 덤핑공세의 오렌지 유입 급증(지난 해 대비 수입량 8배) 등이 그것. 올해 우리네 농가부채 상당액이 이 분야에서 발생한 셈이다.그러나 이같은 상황은 올해 정도가 심했을 뿐 특히 과채류는 가격이 매년 들쭉날쭉해 '운수(運數) 영농'의 대명사격.
이에 따라 과채류 수급안정을 통한 안정적 소득 대책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정부는 그 해법으로 유통명령제 및 생산자단체 자조금(自助金)보조제를 도입, 배추와 감귤 등을 대상으로 시범 추진중이다.
유통명령제는 생산자, 소비자, 유통상인, 정부가 자율협약으로 수급안정 역할을 분담하는 유통협약을 발효하고 이에도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농림부 장관이 저급품 유통금지, 하한가 수매로 산지에서 폐기토록 강제하는 제도.
자조금제도는 생산자 단체(협동조합, 법인경영체, 생산자단체가 회원인 사단법인)가 자조금을 조성, 농.축산물의 판로를 확대하고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경우 정부가 최고 100%까지 상응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같은 제도는 이미 농업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제도. 사과 최대 생산지인 미국 워싱턴 주에선 사과 생산자 단체가 회원들로부터 팔리는 사과 1상자(20kg)당 40센트씩을 거둬 맛들이기 홍보, 해외시장 판촉 등에 나서고 있으며 유럽은 미국보다 앞서 100년된 생산자 단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시범 사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효력을 가지려면 그물망처럼 잘 짜여진 작목별 협의회 등 생산자 단체 조직화 및 활성화가 급선무다. 그래야만 시장 통제가 가능해 회원들 총의를 바탕으로 재배면적과 출하물량 조절이 용이하고, 나아가 소비 촉진을 위한 마케팅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부 과채류 담당 김석호 계장은 "그러나 선진국과 달리 기업농보다 영세농이 압도적인 우리의 경우 작목별로 조밀한 생산자 단체 결성이 쉽지 않은데다 자율보다는 정부에 의존해 온 타율 영농 및 허술한 농산물 시장의 허점을 이용, 이윤을 추구해 온 유통상인 등 제각각 노는 구태적 요소가 한시바삐 일소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국 과수 면적은 17만5천ha정도에서 한계점을 보이면서 최근 과종별로 사과는 줄고 배나 포도 등의 식재면적은 크게 늘어나는 등 과종간 균형을 잡아줘야 하고, 같은 과일이라도 사과는 후지, 배는 신고 등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복숭아처럼 조.중.만생종을 적절히 배분, 식재하는 것도 소득안정을 기하는 지혜라고 강조했다. 물론 여기에도 정부의 선도와 농민들의 조직화된 적극 호응이 뒷받침돼야 한다.
경북대 원예학과 김규래 교수는 "농가 개개인으로는 품질을 고급화하는 노력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과 등 상품의 경우는 지금도 생산비 이상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농림부 통상협력과 윤기호 과장은 수입과일 대응책과 관련, "소비자들이 신선도와 안정성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계속 가고 있어 수입과일은 장기적으로 위협적인 요소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적으로 수급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공고히 하고 농약을 덜 사용하고 품질을 높이는 것이 소득을 안정시키고 수입 과일에도 맞서는 방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홍락기자 bhr@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