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金 대통령 노벨상 수상식 안팎

"첫번째 떨어지는 물방울이 가장 용감하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저녁(한국시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한국과 아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그간의 용기있는 선구자적 공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됐음을 선포하면서 인용한 시구(詩句)이다.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6년간 투옥됐으며, 40년간 망명과 연금 생활을 했던 김 대통령이 오랜 고통과 저항의 보상으로 2000년 평화의 메달을 목에 걸게 됐음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오슬로 시청 메인홀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김 대통령의 가족 10명과 국내초청인사 42명, 하랄드 5세 국왕, 호콘 왕세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 등 노르웨이 최고위층 인사 대부분과 그루할렌 부룬트란트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 로빈 찬들러 듀크 노르웨이 주재 미국대사와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일본 대사 등 각국 대표를 포함, 1천여명의 인사가 자리를 메운 가운데 1시간 10분동안 성대하게 거행됐다.

김 대통령은 오후 8시56분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와 함께 시상식장 입구에 도착, 룬데스타드 노벨위원회 사무국장의 영접을 받은 뒤 스톨셋 노벨위 부위원장의 안내로 시상식장에 입장, 노벨위원 6명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김 대통령이 병사 2명의 팡파르속에 식장에 입장하자 참석자들은 모두 기립해 박수를 쳤으며, 노르웨이의 대표적 바이올리니스트인 바라트 두에와 비올라 연주자 정순미씨 부부가 기악곡 '렌토'를 연주했다.

이어 베르게 위원장이 연단에 나와 김 대통령이 금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임을 선포하자 좌중에서 박수가 터져나왔고 김 대통령은 잠시 자리에 일어서 인사했다. 베르게 위원장은 김 대통령이 수상자로 결정된 배경과 김 대통령의 업적을 20분가량 발표했다.

베르게 위원장은 발표문에서 노르웨이 시인인 군나르 롤드크밤의 시 '마지막 한방울'을 인용하면서 김 대통령이 한국의 민주화와 한반도 평화통일 노력의 선구자임을 강조했고, 김 대통령을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 구 소련의 저항지식인의 상징인 안드레이 사하로프 박사와 공통점이 많은 인물이라고 칭송했다.

발표가 끝난 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소프라노 가수 조수미씨가 '일 바치오', 그리그의 '이히 리베 디히'를 열창했다.

이어 베르게 위원장이 김 대통령에게 평화 메달과 디플로마(증서)를 수여하자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로 축하했고, 김 대통령은 연단 중앙의 노벨상 마크가 그려진 곳에 서서 왼손에 메달, 오른손에 디플로마를 들고 베르게 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시상이 끝나자 조수미씨가 다시 연단에 올라 수상 축하곡인 안정준의 '아리 아리랑'을 불렀고 이어 베르게 위원장은 김 대통령에게 수상연설을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을 25분간 한국어로 낭독했으며, 참석자들은 4차례에 걸쳐 중간박수를 보냈다. 연설은 노르웨이어와 영어로 동시 통역됐고 방송을 통해 세계 각국에 중계됐다.

김 대통령은 연설에서 "노르웨이는 인권과 평화의 성지이며 노벨평화상은 세계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위해 헌신하도록 격려하는 숭고한 메시지"라면서 "저에게 오늘 주신 영예에 대해 다시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이어 김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민주화와 남북화해를 위한 노력을 아낌없이 지원해준 세계의 모든 나라와 벗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상황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한국의 개혁과정 등을 소개했다.

김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노벨상은 영광인 동시에 무한책임의 시작"이라며 "저는 역사상의 위대한 승자들이 가르치고 알프레드 노벨 경이 우리에게 바라는 대로 나머지 인생을 바쳐 한국과 세계의 인권과 평화, 그리고 우리 민족의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맹세한다"고 다짐했다.

김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하랄드 5세 국왕을 비롯, 모든 참석자들은 다시 기립해 1분여간 박수를 보냈다.

김 대통령이 시상식 참석을 위해 숙소 호텔에서 나올 때와 시상식이 끝난 후 베르게 위원장과 함께 차량편으로 1㎞ 가량 떨어진 왕궁으로 향할 때 도로변의 교포와 오슬로 시민 수천명은 태극기와 노르웨이기를 흔들며 김 대통령의 수상을 뜨겁게 축하했다.

또 한국에서 기념공연차 노르웨이를 방문한 서라벌 예술단원들은 김 대통령의 시상식이 끝난 뒤 오슬로 시청 앞 거리에서 사물놀이를 하며 흥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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