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듀 2000 문화결산-(3)음악

'클래식은 죽었다'는 내용의 책이 나와 해외에서 화제가 될 만큼 전세계적으로 '클래식음악 위기설'이 고조되는 가운데 2000년 대구·경북지역 음악계 역시 '모진 바람'을 비켜가지 못한 한 해였다.

클래식 음악공연 횟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관객 격감'이라는 최근 수년간의 조류가 올 해 유난히 두드러졌다. 이른바 흥행 보증수표로 불리던 유명 연주자들의 공연성적도 신통치않아 기획사들로 하여금 '과연 누구를 세울 것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했다. 올해 지역에서는 안너 빌스마(첼로), 미샤 마이스키(첼로),러셀 셔먼(피아노), 조수미(소프라노),전월선(소프라노)씨 등 국내외 유명음악인들의 공연이 적지않았지만 경제한파에 따른 관객 격감으로 대부분은 썰렁한 공연이 됐다. 국내공연에서 그동안 계속 관객동원에 성공했던 조수미씨의 공연조차 이번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을 정도였다.

더욱이 이같은 위기상황이 서유럽 등 클래식의 본고장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란 점에서 클래식 음악 연주자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연주자는 "서유럽·동유럽 등 클래식 음악의 버팀목이 되어왔던 국가에서조차 젊은층의 이탈이 심화돼 클래식 관객들의 노령화가 눈에 띈다"며 "오페라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스칼라 극장'조차 적자로 허덕인다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클래식 음악계의 전반적인 어려움속에서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올해 특히 오페라공연이 활발하게 열려 이채를 띠었다. 지난 9월, 1만여평 부지에 3만객석의 전국 최대 야외 음악당으로 개관한 대구 야외음악당은 첫 공연으로 400여명이 출연하는 그랜드 오페라 '아이다'를 공연, 수만명의 시민들에게 오페라 관람기회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문화체험의 장이 마련된 것은 적지않은 성과였다.이어 경북오페라단(음악감독 김돈)이 창단돼 불국사에서 창작오페라 '무영탑'을 공연했나하면 대구·영남·로얄 등 대구지역 오페라단들도 잇따라 무대를 열어 지역민들에게 풍성한 오페라의 향연을 선물했다.

또 남구·북구·서구문예회관 등 대구시내 구(區)단위 문화공간에서의 음악공연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연주자들의 공연장 확보난이 어느정도 해소된데다 시민들은 가까운 지역 공연장에서 음악회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한편 국악계의 경우, 공연횟수·관객동원 등에서 여전히 침체상을 벗지 못했다. 국악에 대한 지역민들의 선입견도 문제지만 국악인들 역시 다양한 아이디어와 일반인들의 접근성을 염두에 둔 공연기획 노력이 적었다는 점에서 '국악의 활로 모색'에 대한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을 해외에서 일부 전문가들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은 하나의 성과였다. 지난 10월 대구시립국악단이 이탈리아 순회공연에 나서 현지 공연기획자들로부터 추가 공연에 대한 의뢰를 받는 등 수확을 올렸던 것.

이밖에 대구시립국악단에 새로운 지휘자(박상진 동국대 교수)가 부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국악단'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 지역 국악계의 새바람을 예고하기도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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