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 동교동계가 지난 10일 회동을 갖고 '백의종군'을 결의하면서 동교동계 2선퇴진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일단 수면아래로 잠복하고 있다. 여권은 김대중 대통령의 귀국 후 단행될 당정쇄신의 방향과 폭을 구체화시키는 한편 새진용 구축을 위한 인선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비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동교동계가 당 안팎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라는 의혹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있다.
◇초심론=동교동계 모임은 배기선.정동채.설훈.윤철상 의원 등이 권노갑.한화갑 최고위원을 부르고 김옥두 사무총장과 최재승.문희상.전갑길 의원 등이 참여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참석자들은 "과거 힘들었던 시절을 되새기자"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분위기를 북돋웠으며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보좌할 수 있도록 동교동계는 '뒤에서' 돕는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권 최고위원은 11일 이와 관련, "우리는 하나의 동교동계로서 내부 갈등을 해소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했으며 한 최고위원도 "다시는 그런 잡음(동교동계 갈등)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대통령이 경제재건과 민생문제 해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로 했다"고 회동 결과를 밝혔다. 이와 함께 문희상.설훈.배기선 의원 등은 동교동계 이날 회동 내용을 정리, 김 대통령의 귀국 직후 전달키로 했다.
◇당정개편=동교동계가 "어떤 식으로든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힘에 따라 김 대통령의 당정쇄신 방향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갑 진영은 거취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으며 무리수를 둬가며 추진했던 '동교동계 전진배치'라는 강공도 쓸 필요가 없게 됐다는게 모임 이후 여권에 나도는 분석이다. 인재 충원 과정에서도 동교동계를 크게 의식할 필요가 없게 돼 당정쇄신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친권파와 반권파로 찢어진 동교동계의 단합 선언은 일단 김 대통령의 집권후반기 정국구상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싸늘한 시선=비동교동계는 동교동계의 백의종군 선언에 대해 비교적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동교동식 카드일뿐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한 소장파 초선 의원은 "그들(동교동계)의 갈등이 쉽게 사라지겠느냐"며 "오히려 감추면 감출수록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과거 전례로 봐 2선퇴진은 형식적인 주장에 불과하며 어떤 식으로든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며 동교동계 모임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초심론은 권 최고위원의 퇴진을 무마하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동교동계가 마치 큰 일이나 한 것처럼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솔직히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당 안팎에서 얼마나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11일 최고위원회의장에는 '동교동 특무상사'로 불리는 지구당위원장 30여명이 정동영 최고위원과의 면담을 요구, 내분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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