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대통령 정통성 문제부각

미국의 대통령 선거 시비가 한국시간 12일로써 최대의 고비를 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유권자 투표만으로는 당선자를 가리지 못해 법정에서의 이전투구로 발전한데다, 주 의회까지 개입하고 나서는 등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이런 상황은 대통령 당선자가 아주 어려운 상황에 맞부닥치리라는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새 대통령은 과연 어떤 일에 부닥칠까? 외국 언론들의 전망을 종합해 보자.

◇초반부터 레임덕?

국가 통합 부문에 대한 전망이 아주 좋잖다. 법정공방 등 최악까지 간 상황인 만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쉽잖다는 것. "선거를 도둑 맞았다"고 생각하는 패자 쪽은 거의 불가피하게 당파성을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서 새 대통령은 19세기 말 이후의 어떤 대통령 보다 정치적 입지가 약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일단 유력하다.

로버트 토리첼리(민주당) 상원의원은 "진 쪽으로선 선거가 공정했고 정의로웠다고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종국엔 새 대통령의 정통성까지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척 헤이글(공화당) 상원의원은 "새 대통령은 국정을 이끌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수적인 허드슨 연구소의 정치분석가 마셜 위트먼은 "새 대통령은 마술사와 솔로몬왕의 수완을 조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새 대통령이 제한된 입법이나마 추진하려 해도 '능숙한 정치적 수완'을 보여야 가능해질 것이라는 논평도 있다이때문에 프랑스 리베라시옹 신문은 "새 대통령은 취임 후 곧바로 레임덕에 시달릴 것이며, 그 위상은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들 시각에서도 훨씬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타임스 신문도 '레임덕 대통령은 별로 좋지 않다'는 제목의 논평 기사를 통해 "새 대통령은 의회 의석의 절반을 차지하고 '도둑 맞은 선거'에 대한 복수를 노리는 야당에 의해 조직적으로 음해 당할 것이며, 의회를 건너뛰어 국민들에게 직접 지지를 호소할 수 있는 정치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 탓에 USA투데이 신문은 국민 절반 이상으로부터 통치권을 위임받지 못한 새 대통령이 중요한 결정들을 거의 해내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의회가 제일 큰 걸림돌 될 것

앞으로 미국 의사당에서는 당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회 약세였던 민주당이 이번 선거로 상원에서 대등한 세력을 회복, 양측이 팽팽한 견제력을 갖게 됐기 때문. 이런 판세에서는 새 대통령이 의회와 고도의 긴장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54석 대 46석의 우위를 지키고 있던 상원은 이번 선거로 50대50의 형국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의석 분포가 팽팽해지면 각 당은 소속 의원들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 사사건건 양당의 팽팽한 대결 구도가 전개되고 표결이 당노선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버트 토리첼리 의원(민주)은 "상원의 당파주의가 험난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 보고 "어느 당도 독단적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 "똘똘 뭉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의회를 반씩 나눠 가진 민주.공화 양당이 사사건건 충돌, 국정이 공전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때문에 대통령 당선자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분열된 국론을 봉합하고 국민 화합에 앞장서는 '치유자 역할'이라고 미국의 주요 신문들은 진작부터 강조해 왔다.

◇경제적 난관 심각할 것

새 대통령은 선거 유세 때는 예상하지 못했던 경제적 난관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이 예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이미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내년쯤에는 경기 침체가 닥칠지도 모른다고 내다보기 때문.예산흑자 전망이 빗나가고 이와 함께 실업률도 증대되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기록적인 무역적자와 이례적으로 높게 평가된 달러화 시세가 앞으로 미국 경제정책 입안자들의 양손을 묶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 속도의 지연은 주가 하락과 석유가 상승으로 시작된다. 이 두가지 요인이 일반 소비자들과 기업체들의 지출에 제약을 가하게 되며 아울러 기업경영 비용 상승을 가져온다. 기업채무는 증대되며 기업 수익률 상승폭 감소는 원리금 상환을 위한 지출 삭감을 가져온다.

이미 정보기술(IT) 분야에 과다한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 분야의 비즈니스 또한 포화점에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단정적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소매 추세는 올 가을 들어 이미 전반적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자동차 판매 부문이 그렇다. 델 컴퓨터(Dell Computer) 같은 첨단 기술분야 선두주자들이 포함된 여러 회사에서 순익은 실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고, 자본지출은 줄고 있다.

FRB(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가 금리 추가 인하를 통해 다시 경기 진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금리가 지금 처럼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을 경우에는 아주 큰 폭의 금리인하 조처가 취해져야만 구매력 신장 효과가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조세 삭감이나 연방지출 증대 등을 통한 재정적 자극책만이 유일한 방안이며, 그렇지 않으면 경기침체가 야기될 것이라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외신종합=박종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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