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릴적 가난때문에 생긴 습관

◈종연스님 40년 생식인생

"먹을 것도 없었지만, 해 먹기도 귀찮았지". 근 40년을 생식으로만 살아 온 노스님의 생식 시작 계기는 상당히 엉뚱하게 들렸다.

전남 강진의 어느 두메 산골에서 일제 말기 9남매 장남으로 태어난 경주 황용사 종연(60) 스님은 부유치 못한 집 사정 때문에도 어릴 적부터 산과 들의 곡물.야채.과일 등을 따 먹으며 살아야 했다고 했다. 이런 습관은 22세 때 불가에 입문한 뒤에도 계속됐다. "처음엔 이상하게 쳐다보던 다른 스님들도 나중엔 나를 따라 하더라고".

배가 고플 때면 스님은 항상 스스로 되묻는다고 했다. "사람들이 밥 먹는데 쓰는 시간이 너무 많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아?". 그러면서 "생식하면 정신이 맑아져 나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다"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스님의 행장엔 항상 쌀.생콩.찹쌀.보리.밀.솔잎.좁쌀 등을 갈아 알맞게 배합한 분말가루와 생수가 들어 있다. 산천을 떠돌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스님은 식사 때가 되면 들고 다니던 분말가루를 생수에 타 마시는 것으로 식사를 끝낸다. 가끔 별미로 무.당근.상추.배추.쑥갓.케일.마 등을 갖고 다니다 먹기도 한다고 했다.일반인들이 생식과 관련해 가장 불안하게 여기는 생식품의 감염 노출 문제에 대해서도 스님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그럼 산짐승은 다 죽어야 되게? 모든 생물에게는 면역력이 있어. 그리 걱정할 필요 없을거야".

"맛이 없긴 없어. 그렇지만 한가지만 명심하면 돼. 자연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질병에는 더 가까워지는 법이야". 스님의 얼굴에는 행복감이 깃들여져 있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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