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은 극심한 점수 인플레 현상으로 변별력을 잃은 채 큰 혼란만 부른 실패작이다.
고득점자가 지나치게 양산됨으로써 중·상위권 대학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선 고교들은 진학 지도에 대혼란을 빚고 있다. 객관적인 잣대를 마련하지 못한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나 수험생들이 '이런 시험을 왜 치르느냐'는 비난과 불만의 소리를 터뜨리는 것도 당연하다. 오죽하면 수험생들이 집단시위까지 벌였겠는가.
올해 수능은 36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지난해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늘어 12만명이 넘었다. 수험생 전체의 평균점수도 27.6점이나 올랐다. 지난해 1명이던 만점자가 66명이나 돼 특차전형에서 만점자가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변환 표준점수를 적용하는 대학들이 많아 고득점 학생들은 더 큰 혼란을 겪게 되고, 객관적인 기준이 애매한 논술과 면접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도 간과할 문제는 아니다. 수험생들은 눈치 작전이 불가피해졌고, 논술 과외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수능은 학생 선발 자료로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목적이다. 점수 분포가 고르게 나오고 변별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수능이 그런 잣대가 되지 못한다면 뭣 때문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치러야만 하는가.
과외 열풍을 잠재우거나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지도 못하면서 변별력을 잃게 하고, 배점마저 어려운 문제보다 낮은 문제에 높게 둔 시험 행정을 펴 우리 교육의 저수준화를 가져온 당국의 관련 책임자는 엄중한 문책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출제 당국은 잘못을 억지로 합리화하려는 변명만 늘어놓다 뒤늦게야 여론과 비판에 떠밀려 난이도 조정에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이런 풍토는 정말 곤란하다.
2002학년도 대학 입시는 더욱 우려된다. 9등급제로 수능의 변별력이 더욱 떨어지고, 수능 점수에 의존하는 특차선발도 없어지지만 과연 어떤 대안이 나올지 걱정이다. 9등급제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과목별 가중치 등이 전형요소가 되므로 수능의 변별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점수가 정상분포를 나타낼 수 있도록 난이도를 조정하려면 다각적인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출제위원과 평가위원, 검토위원 등에 경험이 풍부한 일선교사를 보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올해의 아픈 경험을 토대로 변별력있는 수능의 회복을 위해 난이도 조정 기능 등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만 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구미 '탄반 집회' 뜨거운 열기…전한길 "민주당, 삼족 멸할 범죄 저질러"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
尹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임박…여의도 가득 메운 '탄핵 반대' 목소리
尹 대통령 탄핵재판 핵심축 무너져…탄핵 각하 주장 설득력 얻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