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아 경제 위태롭다

(뉴욕연합)인도네시아.태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1997년 경제위기에 이어 또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미국의 뉴스 전문 케이블 채널인 MSNBC가 12일 보도했다.

기업체 부도, 정치적 위기, 악성 금융채권 증가, 노동계 파업, 인종간 분쟁 등 일련의 정치.사회적 혼란으로 증시 폭락, 통화가치 하락 등 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보도에 따르면, 3년 전 위기 때 나타났던 정치 혼란, 통화 평가 절하, 투자 위축 등 현상이 다시 혼재돼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 경제위기의 새로운 서곡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톰슨 파이낸셜 IFR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 수석담당인 조지 워싱턴은 "새로운 금융 위기 조짐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필리핀 경우 에스트라다 대통령이 불법 도박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돼 투자자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다 통화가치마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동티모르 등 2개 지역의 독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와히드 대통령이 개혁은 물론 혼란을 수습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 투자 위축과 통화폭락 사태를 맞고 있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위기를 맞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 등 대외적으로는 독재에 항거한 영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민영화 및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도전 등 국내적으로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특히 국내 2위의 자동체 제조업체인 대우차가 부도 처리되면서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하는 등 일련의 난관으로 인해 투자 위축은 물론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

게다가 대만.말레이시아.한국 등은 미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이미 미국의 델 사(社) 같은 유수 컴퓨터 업체들은 내년도 반도체 수입을 줄일 것이라고 예고하는 등 미국 경제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미국 경제는 짧지만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60%를 상회하고 있고, 닷컴 기업의 연쇄부도와 주식시장 냉각으로 결국 하강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돼 있다.

또 세계 2번째 경제 대국인 일본에서도 대미 수출 악화 및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SNBC는 최근의 유가상승이 아시아 지역 GDP(국내총생산)의 0.5%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유가 인상에 따른 국제 원자재값 상승,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시장 감소 등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아시아 각국이 여전히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지만, 이것만으로는 쉽게 위기를 모면할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를 맞기 불과 몇달 전이던 1996년 아시아 각국의 GDP 성장률 역시 상당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을 환기했다.

한국.태국.대만.말레이시아.인도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의 올 GDP 성장률은 6%대를 웃돌고 있지만, 1996년에는 GDP 성장률이 두 자리 수를 기록하다가 주식.통화 가치 폭락 이후 환란이 시작되자 마이너스 10%대로 주저앉았다. 성장률은 환란에 따라 얼마든지 폭락할 수 있어, 성장세가 환란 방지책이 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침체, 외국자본의 극심한 유동성 등으로 인해 아시아 각국이 3년 전 보다 위기를 극복하기 더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정치적 안정이 경제개혁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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