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듀 2000 문화계 결산-(5)무용

올 한 해 대구·경북지역 무용계는 전반적으로 활동이 침체된 가운데 기존의 정형화된 춤을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춤판을 선보이려 노력했던 점은 돋보였으나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는 역부족을 드러냈다.

특히 무용계 내부의 뿌리깊은 불신과 반목이 올 해도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무용인들 스스로 마련한 잔치마저 맥빠진 행사로 전락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예술계 전체의 경향이 다른 예술과의 경계를 허무는 '퓨전'과 '크로스오버'쪽으로 흐르는 가운데 올 해 지역 무용계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많아졌다. 춤과 영상을 결합하고 음악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하는가하면 미술과의 조화도 꾀했던 것.국내에서 유일하게 '비디오 댄스'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김현옥(계명대·현대무용)교수의 경우, 해외촬영작업과 함께 서울에서 비디오 댄스 워크숍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비디오 댄스 작품은 영화처럼 편집작업을 통해 영상작품으로 완성되며, 상영(screening)을 통해 소개되는 종합예술매체.

지난 10월 장유경무용단, 대구무용단 등 6개 무용단이 참여한 가운데 대구문예회관에서 열렸던 퓨전댄스 무대도 눈길을 끈 행사였다. 춤과 의상의 결합, 비디오댄스와 음악·도예작품과의 조화 등 다른 분야 예술과의 접목을 통해 춤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지난 9월 박현옥(대구가톨릭대·현대무용)교수가 화가 및 재즈음악가들과 함께 꾸몄던 춤판도 '색과 소리, 춤의 랑데뷰'를 보여주며 고정관념을 벗어나 각도를 달리해보는 춤판을 꾸몄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 일반 관객들의 발걸음을 무용 공연장으로 옮기게 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무용계에서는 안무자가 춤을 만들고 출연자들에게 연습을 시키고, 공연홍보까지 맡는 1인 다역의 상황에서 관객 동원의 기대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소라(대구가톨릭대·현대무용)교수는 "서울과 달리 대구지역에는 무용공연 전문기획사가 없어 무용가들이 불필요한 부분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창작에 심혈을기울일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가 하루빨리 갖춰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지난 6월 열렸던 제10회 '대구무용제'는 지역무용계의 분열양상을 그대로 노출했다는 점에서 큰 오점을 남겼다. 경연형식의 전국대회였지만 경연부문 참가 팀은 고작 4개팀에 불과했고 참가신청서를 냈던 지역 무용단들마저 대회를 코앞에 두고 참가의사를 철회하는 소동이 빚어져 전국대회라는 이름을 무색케 했다.

주최측인 무용협회 대구지회측은 지역무용제에조차 불참한 지역 무용단들에 대해 좬신의를 저버린 행동좭이라며 비난했고, 일부 무용인들은 좬무용협회의 독단적인 운영부터 고쳐져야 한다좭며 맞서는 등 갈등양상으로까지 번졌다.

이밖에 12년동안 대구시립무용단을 이끈 구본숙(영남대 교수)씨에 이어 안은미씨가 새 상임안무자로 위촉됐고 김소라씨가 무용계에서 비중있는 상(賞)인 '코파나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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