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시, 마침내 43대 미대통령에,국론분열 치유 당면 과제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과 전례 없는 법정공방 끝에 제43대 대통령으로 사실상 확정된 공화당의 부시 당선자가 내년 1월20일 백악관에 입성한 직후 해야 할 첫번째 당면 과제는 정치적 분란에 따른 국론분열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시 당선자와 민주당 고어 후보가 지난달 7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후 35일간 당락을 결정할 플로리다 주 선거인단 25명을 놓고 사상 유례 없는 법정투쟁을 벌이면서 미국의 여론은 민주-공화 양당으로 극명하게 갈라지는 혼란을 겪었다.

국민들은 두 쪽으로 나뉘어 심한 갈등을 보였을 뿐 아니라, 그동안 정치를 초월해 고고하게 군림해 오던 사법부까지 당파싸움에 휘말리면서 오랜 명성에 흠집을 내야 했다. 또 상하 양원의 양당 지도부는 플로리다 주와 수도 워싱턴에서의 법정공방이 이어지는 동안 싸움을 독려, 국론 분열을 부채질했다.

이제 전국적인 투표에서 4천980여만 표를 얻어 승자가 된 부시는 "그보다 많은 5천15만여 표를 얻고도 패한 고어가 백악관을 도둑질 당했다"고 느낄 유권자들을 설득, 자기 편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부시는 또 각종 국내외 정책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의회내 민주당의 협력을 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 결과,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의석은 50대 50(의장인 부통령을 포함하면 51대 50), 하원 의석은 212대 221대 212(그외 무소속 2) 석이 돼 주요 정책을 무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의원들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부시는 민주당 측과 화합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자신의 행정부 고위직에 임명, 거국 내각을 구성할 생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앙금을 걷어내고 민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데 충분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부시는 그 밖에 고어를 지지했던 많은 흑인들도 다독거려야 하는 실정이다. 공화당에 대한 흑인들의 뿌리깊은 반감을 달래기 위해 흑인 출신인 파월 전 합참의장을 대동하고 유세를 벌였으나 선거 당일 출구조사 결과 흑인 유권자 10명 중 9명으로부터 거부당해 공화당 후보로서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부시는 특히 연방 대법원 판결로 흑인들의 표가 무시될 경우 '민권의 폭발'이 일어날 것이라는 민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의 예상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흑인들을 감싸 안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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