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 연방대법원 판결 '이모저모'

한국시간(이하) 13일 낮 12시쯤 발표된 연방대법원 판결문은 무려 65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장문인데다 내용도 복잡, 신문.방송은 물론 고어측 조차 진의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0…미국 현지 유명 방송사들 조차 내용을 빨리 파악 못한듯 처음엔 보도가 헛갈렸고, 이때문에 한국내 보도도 일부 전혀 상반되게 이뤄지기도 했다. 일부 방송은 오히려 고어에 유리한 판결이 나온 것으로 보도했으며, 발행시간에 쫓긴 매일신문 역시 일단은 재검표에 대한 재검토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판단해야 했다.

미국의 방송들 조차 발표 30여분이 지나고서야 법원이 헌법 불일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하기 시작했으며, 고어측 한 법률 전문가 역시 초기엔 "이번 판결은 수검표가 새로운 기준 아래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줬다"고 판단했다.

0…5대 4 판결에서 찬성의견은 판사 3명만 냈으며, 이는"불완전하게 구멍 뚫린 투표지에 대해 플로리다 주법이 재검표를 허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근거 없는 해석이다. 주 대법원이 추가 재검표를 허용했지만 선거인단 선출 시한이 임박했음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도 재검표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4명이 낸 반대 의견은 "주 선거법 해석과 관련해서는 주 대법원 해석을 최종적인 것으로 존중하는 관행이 지금까지 미국 사법체계의 불문율이었다. 적절한 재검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연방 대법원의 결론은 입증될 수 없는 추측일 뿐이다. 연방 대법원은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대신 주대법원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0…이번 판결에서 판사들이 다시 갈리자 연방대법원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그에 따른 국론 분열, 정치적 위기 등에 대한 논란이 한층 심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차기 연방 대법원 판사 진용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판사들의 입장이나 이해관계가 판결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요 신문들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매우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공동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법원 판사들이 두 후보에게 공정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0…판결이 나오자 부시는 "매우 기쁘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고 선거본부에서도 환호성이 울려 퍼졌으나, 승리 선언은 하지 않는 등 민심 동향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고어는 패배 선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가족 및 참모진과 대책을 논의했으며, 클린턴 대통령도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나눴다. 또 측근들은 그의 승복 선언을 요구했다. 민주당 전국위 렌들 의장은 판결 직후 "고어는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고, 토리첼리 상원의원은 "대권 경쟁은 결론 지어졌다", 변호사 더글러스는 "우리가 진 것 같다"고 말했다.

드디어 14일 0시쯤에 데일리 선거본부장은 "고어가 수검표 재개 노력 중단을 지시했다"고 발표하면서 대세가 승복 쪽으로 굳어졌다. 이어 고어의 측근은 "14일 오전 11시쯤 고어가 승복을 밝히는 TV연설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0…뉴욕타임스 신문은 사설을 통해 부시에게 "전국 유권자 투표에서는 고어가 30여만표나 더 얻은 것은 물론, 플로리다에서도 더 많은 득표를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국정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사설은 케네디가 1960년 선거에서 근소한 표 차로 승리했을 뿐임을 상기시켜 주는 메모를 갖고 다녔던 사실도 다시 적시했다. 또 부시의 대통령직은 선거인단과 법적 절차를 통해 얻어진 것일 뿐임을 지적하고, 부시는 더 많은 유권자에게 도달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고어를 지지해 왔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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