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워싱턴 새바람 갈망 메시지

법정 이전투구로 많이 퇴색되긴 했어도, 미국인들이 부시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많은 문제들이 앞으로 그의 수완을 기다리고 있고, 그에 따라 미국의 앞날이 달라질 것 역시 의문의 여지 없는 사실.

◇미국인들은 왜 부시를 택했을까?

부시를 선택한 것은 '워싱턴의 새로운 바람'에 대한 희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8년만의 공화당 정권 탄생은 성추문으로 얼룩진 20세기를 접고 21세기는 새롭게 시작하자는 '역사의 단절'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다.

부시가 이긴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제시되고 있으나, 인물보다는 인간성, 경제적 번영 보다는 새 바람을 원했다는 게 워싱턴 정치 분석가들의 중론이다. "경제는 누가 돼도 큰 차이가 없다면, 이번 기회에 정권을 갈아 치우자"는 심리가 부시에게 결정적 승착이 됐다는 얘기.

성추문으로 백악관의 권위를 실추시킨 클린턴에 대한 혐오감의 불똥이 그의 동반자인 고어에게 튀면서 건국 이래 최고의 번영이라는 치적이 속절 없이 잿속에 묻혀 버린 꼴이다.

미국 정치사적으로 볼 때 유권자들은 '세련된 완성미' 보다는 '촌스러운 신선미'를 지도자의 덕목으로 더 높이 치는 경향을 보여 왔다. 1960년에 중앙 정계 거물 닉슨 당시 부통령을 꺾고 케네디 상원의원이 당선된 것도 워싱턴의 정치적 권모술수에 식상한 유권자들이 '때묻지 않은 신선함'을 찾았기 때문이다.

1976년 정권을 되찾은 카터 조지아 주지사, 현직 대통령을 무너뜨린 클린턴 아칸소 주지사도 촌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시의 사령부는 어떻게 구성될까?

그러나 부시에게 그같은 기대를 걸었다 해도, 실제 그에 부응해 낼 실무팀은 역시 각료나 참모들. 어떤 사람들이 미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나갈 스타트라인으로 다가 서고 있는지 살펴 보자.

새 행정부의 주요 인맥은 고향이 같은 지인들을 일컫는 '텍사스 마피아'와, 일부 공화당 소속 주지사, 전직 의원들,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소장파 관료들이 가세하는 구도가 될 전망. 여기다 선거 후유증 치유 목적에서 '연립정권' 형태를 가미, 민주당 인사도 영입되리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러나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당선자의 구상에 맞춰, 실무형.친기업형 내각이 될 것으로 워싱턴의 정치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또 미국 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국무장관 등 요직에 발탁될 것으로 예상돼 관심을 끌고 있다.

△측근들=각료는 아니지만 백악관 비서실장과 안보 보좌관 등은 매우 중요한 자리여서 특히 주목된다. 안보 보좌관에는 40대 초반의 젊은 흑인 여성 곤돌리사 라이스 스탠퍼드대 교수가 지명돼 있다. 또 비서실장에는 텍사스 주지사 비서실장인 앤드루 카드가 지명됐다. 카드는 전에 교통부장관을 지냈었다.

△국무=가장 '빛나는' 국무장관 자리에는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이 발탁돼 미국의 첫 흑인 국무장관의 영예를 누릴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 외교.안보의 두 축인 국무장관과 안보보좌관을 모두 흑인이 차지하게 된다. 이들을 기용하면 권력의 추가 중도로 기울었음을 예고하는 징표가 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국방=폴 월포위츠 전 국방차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 톰 리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부시가 초당파적 내각을 구상한다면 민주당 샘 넌 전의원도 선택될 수 있다. 그는 딕 체니 부통령 당선자가 국방장관으로 파월 국무장관 예상자와 함께 걸프전을 지휘할 때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협력을 아끼지 않았었다.

△재무=페인 웨버사의 도널드 매런 사장을 고를 가능성이 있다. 부시가가 월가와 관계가 돈독한 것이 이런 관측을 불렀다.

텍사스 출신인 빌 아처 하원 세출위원장, 선거운동에 깊이 참여한 로런스 린지 전 FRB 이사도 거론되고 있다. 린지는 백악관 경제보좌관, 혹은 FRB 의장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 현재의 그린스펀 의장은 2004년 6월 임기가 끝난다.

△상무=부시 당선자의 오랜 친구이자 석유회사 톰 브라운 사장으로서 선거운동 본부장을 맡았던 돈 에번스가 물망에 올라 있다. 그는 에너지장관, 무역대표(USTR)로도 거론되는 등, 입각은 확실시된다.

△교육 = 부시 당선자가 강한 집념을 보이는 분야여서 중량급이 등용될 가능성이 있다. 로더릭 페이지 휴스턴 교육감, 프랭크 브로건 플로리다주 부지사가 점쳐지고 있다. 이 자리는 종전엔 빛을 못보던 자리였다.

△에너지=텍사스 철도청장인 토니 가르사, 집안에서 히스패닉 방송국을 운영 중인 고위 선거운동 보좌관 워런 티체너, 텍사스 출신의 헨리 보니야 하원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히스패닉계는 갈수록 정치적 비중이 증대돼, 부시가 각료직을 반드시 안배해야 할 참이다.

△보건복지=부시 전 대통령 밑에서 일했던 케이 제임스가 유력시 되나, 토미 톰슨 위스콘신 주지사 설도 있다.

△기타=농무장관엔 수전 콤스 텍사스주 농업위원장 및 부시와 집안 친구인 빌 매컬럼이, 교통장관엔 데이비드 레이니 텍사스주 교통위원장 혹은 짐 탤런트 하원의원이, 주택도시 개발장관에는 스티븐 골드스미스 전 인디애나폴리스 시장 혹은 이나 스티브 배럿 전 댈러스 시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텍사스 마피아'의 일원들이다.

이번에 입각이 거론되는 몇명의 주지사들 중에는 마크 래시코트 몬태나 주지사(법무장관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법무장관에는 여성변호사 2명도 거론 중이다. 캐런 휴스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은 백악관 공보수석으로 갈 공산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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