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되돌아본 2000 주택시장

올해 지역 주택시장은 상반기에 반짝 활기를 띤 이후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주택업체의 잇단 부도 여파로 냉각 상태를 보였다.

또 젊은층을 중심으로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바뀌고 한동안 뜸했던 '떴다방'이 등장해 아파트 분양시장을 교란시키는 등 변화와 혼란의 양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지역 주택시장의 흐름과 달라진 현상 등을 2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주택업체 잇단 부도와 분양시장 냉각=지역 주택업계의 간판기업이었던 우방이 올 상반기 '정화팔레스'와 3천240가구의 대단지인 '메트로팔레스'를 분양하면서 아파트 분양 시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이와 함께 '대백인터빌', '침산한라스카이빌', '신기동암하이츠', '청구앞산제네스', '장기누림타운' 등 아파트 분양이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 8월 우방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보성의 법정관리 신청 기각, 서한의 법정관리 신청 등의 여파로 지역 분양시장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신규 사업을 준비하던 화성산업, 영남건설 등은 하반기 분양계획을 내년으로 미뤘으며 다른 대다수 주택업체들도 미분양 사태를 우려, 신규 분양을 포기했다.

▨전세는 선호, 매입은 기피=경기 침체와 주택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면서 전세 선호 현상이 확산된 반면 상대적으로 매입을 꺼리는 경향을 보였다.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가가 매매가의 80%를 넘어서는데도 매매가는 큰 변동이 없어 '전세가 상승에 따른 매매가의 동반상승'이란 부동산 시장의 원칙이 무너진 한 해이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지난 98년 IMF구제금융 한파 때 아파트 전세계약을 한 세입자들이 당시보다 50~70%나 오른 전세금 때문에 재계약에 큰 부담을 느꼈고 싼 전세를 얻기 위해 변두리나 더 작은 평형으로 집을 옮기는 현상도 나타났다.

컨설팅업체인 (주)대영레데코의 조사에 따르면 올 봄 이후 수성·달서·북구 지역 주요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9% 올랐고 매매가는 1% 상승에 그쳤다.

한편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된 아파트 월세시장이 지역에도 확산 조짐을 보였다.

집 주인 입장에서는 전세 구하기가 어려운 점을 이용해 기존 전세금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일정금리를 적용해 월세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월세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과다한 월세를 규제하는 제도까지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떴다방'의 등장=IMF사태 이후 잠잠했던 '떴다방' 등 시세차익을 노린 가수요자들이 지역 아파트 분양시장에 등장, 시장질서를 교란했다.

'정화팔레스'와 '메트로팔레스' 분양 때 처음으로 '떴다방'이 나타나 한 명이 수 십여건을 청약해 당첨되는 바람에 실수요자들이 그 만큼 내집 마련의 기회를 잃는 피해를 입었다.

또 전매제를 악용해 당첨된 아파트 중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로열층'만 계약하고 나머지는 계약을 포기해 주택업체들에게 타격을 줬다.

과거 '떴다방'이 등장한 아파트는 청약경쟁률이 높아지고 프리미엄이 기대됐으나 올해 지역 분양시장에는 이같은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분양 시장의 무질서만 초래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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