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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렸던 시절에는 브랜드라는 것을 모르고 자랐다. 입는 것보다 먹는 것이 더 시급했던 그 시절엔 새 옷을 입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옷 한 벌 사면 형제간에 서로 내려 입다보니 성한 옷 한 번 제대로 입을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좋은 세상을 만난 덕에 늘 새 옷을 입을 수 있고 더군다나 사치와 낭비에 물들어 유명 브랜드만을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유명 브랜드제품이 대체로 질이 우수하긴 하지만 가격면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큰 부담을 갖게 되고 자녀들에게도 사치와 낭비의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체로 '나는 못 먹고 못 입어도 내 자식만은 잘 먹고 잘 입혀야지'하는 식으로 자식 사랑이 지나치다보니 아이들을 잘못 키우는 경우가 적지않다. 선진국 아이들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스스로 벌어서 해결하는 자립심과 독립성을 어려서부터 부모들에게서 배운다.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흔히 갖고 있는 핸드폰이나 컴퓨터는 물론 워크맨,CD 플레이어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많지 않다. 그들은 조금씩 돈을 모으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사고 싶은 물건들을 사기 때문에 돈의 가치와 중요성을 스스로 깨우치게 된다.

18년 동안 대구에서 살면서 느낀 것은 이곳 사람들이 타지역에 비해 유난히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모두들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사려 하고 유명 브랜드 옷이나 상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대구에 백화점업이 발전했고 사치문화의 도시가 됐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대구에도 최근들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브랜드 대형 의류매장들이 개점했다. 하지만 타도시에 비해 이용고객이 엄청나게 적어서 적자에 허덕인다는 말을 들었다. 서울의 젊은 층들은 값싼 의류를 잘 활용해 자신의 개성에 맞게 코디(codi)하는 패션문화가 정착돼 있다. 우리 대구의 젊은이들도 패션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고가의 유명 브랜드만 고집하지 말고 실용적이고 저렴하면서도 자신의 개성적인 패션감각을 드러내는 진짜 멋내기를 배워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경일대 사진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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