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를 지지해 왔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사설을 통해 "5주간의 치열한 선거전을 겪고도 화해의 전통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며, "미국인은 반대하든 찬성하든 간에 부시가 잘 해 나가길 기원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영국을 방문 중인 클린턴 대통령도 지루한 법정 공방을 잘 참아 준 미국민들에게 공을 돌린 뒤 "부시 행정부가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연방대법원 판결에는 불신을 나타냈다.
선거전이 끝난 뒤 미국인 80%는 "부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42%가 "수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CNN등의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다.
0…한국시간(이하) 14일 낮 12시5분쯤 당선 연설을 시작한 부시 미국 차기 대통령은"이제 정치는 뒤로 미루고 함께 협력해 나가자"며, 남아 있을 쓰라린 감정의
극복을 촉구했다. 다음은 연설 요지.
"나는 지금 이시간 고어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를 이해한다. 하지만 나는 오늘 고어 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전화를 받았으며 다음주 초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힘든 싸움을 치러낸 미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훌륭한 선거운동을 전개한 고어와 그 지지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내가 텍사스 하원에서 연설키로 한 것은 이곳이 초당적 협력의 본산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이곳에서 우리는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협력했다. 이견을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건설적인 합의점을 찾아냈다. 그것은 내가 항상 간직할 경험이며 항상 따라야 하는 범례이다.
내가 이 의사당에서 목격한 양당간의 협력 정신은 워싱턴에서도 필요하다. 힘겨웠던 선거가 끝나면 우리는 정치를 뒤로 돌리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 실현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나는 두 당이 워싱턴의 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낙관한다. 지난 5주 동안의 기다림을 통해 당파성을 초월해야 한다는 미국인의 바람은 더욱 높아졌다고 믿는다. 미국인은 어떤 정치적 이견보다 중요한 희망과 목표.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투표의 향방은 달랐어도 바라는 바는 같다.
우리는 우리와 우방의 가치에 충실한 초당적 대외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모든 도전과 맞설 수 있고 모든 적보다 월등한 군대를 만들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온정적 보수주의'의 본질이며 우리 행정부의 기본이 될 것이다. 이는 공화당 또는 민주당만의 관심사가 아닌 미국의 책임이다.
나는 한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도록 선출됐다. 나는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원칙에 충실하고 합리적이며 자유와 조화를 위해 큰 업적을 남긴 제퍼슨 대통령의 정신을 따를 것이다".
0…부시의 연설에 한시간 앞서 패배 인정 연설을 한 고어는 부시 당선자를 중심으로단합할 것을 제의해 국민은 물론 부시측으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고어는 짧은 연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방금 부시와 통화해 미국의 43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대해 축하했다. 다시는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없을 것임도 약속했다.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두 사람이 만나 이번 선거 과정에서 조성된 국론분열을 치유하는 일에 나서자고 제의했다.나는 연방대법원 결정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용하겠다. 미국인의 단합과 미국 민주주의의 역량 강화를 위해 양보를 선언한다. 나를 지지해 준 5천만 유권자들이 대법원 판결에 실망하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실망은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극복돼야 한다.
세계인들에게도 말하고자 한다. 이번 개표 과정이 다소 혼란스러웠다 해서 미국이 약화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국 민주주의의 힘은 극복 가능한 난관들을 통해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아울러 나의 책무도 인정한다. 새 대통령 당선자를 존중하고 그가 미국을 단합시킬 수 있도록 돕는데 모든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우리와 뜻을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차기 대통령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다. 도전이 시작됐을 때 우리는 맹렬히 싸우지만 결과가 나왔을 땐 서로 단결해서 화합하는 것이다.
전투가 끝난 지금 문득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아무리 패배의 상처가 쓰라리더라도 패배가 승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었다".
0…부시 당선자는 고어의 패배 인정 연설 직전에 그와 전화 통화를 갖고 오는 19일 만나자고 제의했다. 부시의 대변인은 "고어가 14일 오전 10시52분(한국시간)쯤 전화를 걸어왔다"며, "이때 부시가 오는 19일 부통령을 워싱턴에서 보고 싶다는 간곡한 희망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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