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금융개혁, 시작부터 잘못되나

2차금융구조조정의 시발이라할 수 있는 국민·주택은행간 합병협상이 노조의 반발로 일단 중단됨으로써 향후 금융개혁은 중대한 기로에 처했다. 이번 금융구조조정은 공적자금의 추가조성문제로 정부가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준비가 안된 것같이 추진일정과 밑그림에서부터 갈팡질팡하더니 이번에는 노조의 반발로 또 주춤거리고 있다. 첫 단추부터 이렇게 끼워져가지고 과연 금융개혁이 성공할지 걱정스럽기만하다.

이번에 합병을 추진한 국민은행의 경우 사실상 노조원들로부터 감금을 당했던 김상훈(金商勳) 은행장이 합병논의 일단 중단을 선언해 협상이 무산되는 위기에 놓인 것은 구조조정을 너무 안이하게 본데서 빚어진 잘못이라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라도 물리적 힘을 동원해 은행장을 감금하는 행위는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은행의 경우 최고결정권을 가진 은행장이 종업원에 의해 이같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면 은행고객들은 그 은행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그러나 노조의 반발이 처음부터 예상된 상황에서 노조원들에대한 설득노력 없이 불쑥 합병논의부터 표면화시킨 것은 무모한 실수라 하겠다.

1차구조조정의 실패에서 고통을 당한 근로자들의 입장에선 2차구조조정의 추진에서 또다시 해고당할 위기에 놓인다는 것은 정말 분통이 터질 일이다. 더욱이 구조조정의 실패에 따른 문책이 미진하고 각종 대형금융비리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미온적인 것들은 금융개혁에서 또다시 희생을 치르게될 근로자들에게는 납득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금융부실로 인한 금융시스템이 마비 지경에 이르러 금융불안이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면서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현실에선 금융개혁없이 우리경제가 살아남을 수 없는 다급한 상황임을 근로자들도 수긍할 것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진행되는 금융구조조정임에도 김 행장은 처음부터 일정 수준의 노조와의 공감대도 형성하지않은 채 합병을 추진하다가 노조가 반발하자 노조를 설득하기보다 무조건 중단하는 태도는 무책임하기 까지하다. 이근영 금감위장은 "합병논의 중지가 무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주주의 뜻에 따라 자율합병을 계속추진"한다고 했지만 금융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설 뜻을 밝히고 있어 희망대로 될지 의문이다.

금융개혁을 통해 국가경제를 살려야한다는 대승적 입장에서 노조도 파업을 자제해야겠지만 정부와 금융기관도 근로자의 고통을 줄이는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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