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토요일, 4교시 수업을 모두 끝내고 종례시간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오늘 수성구청 재활용 분리 수거장에서 봉사활동 하는 것 모두들 알고 있지? 2시까지 수성구청 분리 수거장으로 오도록 해요"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와 집에 도착한 나는 미리 약속을 해 두었던 친구들과 함께 수성구청 재활용 분리 수거장으로 향했다. 이곳으로 전학 오기 전의 학교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없었기 때문에 단체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내게는 매우 새로웠고 기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15분쯤 걸어 분리 수거장에 도착했다.
2시가 조금 넘어 인원점검을 마친 우리들은 분리 수거장에서 일하는 직원 아저씨를 따라 할 일을 배우러 갔다. 그곳에는 상상도 못할 만큼의 쓰레기 더미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고, 여기저기서 몇 대의 포클레인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와, 엄청나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나 어쩌니 하더니 장난이 아니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듯 싶었다"여러분! 이곳에서 여러분들이 해 줄 일은 여기 박카스, 미에로 화이바 같은 유리병들이 있죠? 그것들을 종류별로 나눠서 뚜껑을 저쪽 박스에 넣어 주시고 유리병들은 여기에 이 커다란 바구니 보이죠? 여기에 모아 주세요. 잘 아시겠죠?"
"예!"
모든 아이들이 활기차게 대답을 하였고 곧 우리는 일을 시작하였다. 언뜻 보기에는 매우 쉬운 듯 했지만 몇 시간을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된 일이었다. 몇몇 아이들의 입에서 불평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인 윤정이는 연실 방글방글 웃으며 노래까지 불러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봉사활동이란 것은 마치 산을 오르는 듯 하다. 등산은 산을 오르는 순간 순간은 매우 지치고 고되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의 상쾌함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봉사활동은 활동하는 그 시간만큼은 힘이 들지만 끝내고 나서의 뿌듯함도 산을 오른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산을 오른 후의 기분은 나 혼자만의 기쁨이지만, 봉사활동의 기쁨은 나와 나의 도움을 받은 상대가 있다는 것에 더 큰 기쁨으로 남는다. 그렇게 4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일이 조금은 힘들었고 지치기도 하였지만, 즐거웠고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뉴스, 신문 등 매스컴으로나 접했던 환경문제에 한 발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었고,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우리 나라의 쓰레기 문제의 실태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봉사활동 20시간을 채우기 위해 이러한 활동을 한 건 아닐까?' 하는 부끄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우리가 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진정한 봉사활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반 44명이 일해도 벅찬 일을 매일매일 하시는 아저씨들께 감사드리고 존경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분리 수거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왠지 가볍고 마음이 깨끗해짐을 느꼈다.
이슬빈(대구 범물중 2년)
※2000 대구 청소년자원봉사 대축제 소감문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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