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도와드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지만, 그 마음만은 변치 않겠습니다"
14일 오후 3시 대구 달서구 신당동 성서주공아파트. 이틀전 파산한 삼성상용차 직원 4명은 아파트를 돌며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들에게 돈이 담긴 봉투를 하나씩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 95년부터 불우이웃에게 작은 사랑을 전해온 삼성상용차 직원 봉사모임 '사랑밭을 일구는 사람들'의 회원들.
비록 회사가 없어진 마당이지만 이들은 이날 기금 80만원을 마련, 마지막 '행사'를 가졌다. 한 교통사고 피해자에게는 35만원을, 그리고 9가구에게는 5만원이 든 봉투를 정성스레 내밀었다.
이들은 모임 결성 이후 달서구 신당종합사회복지관과 결연을 맺고 매달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의 가정을 소개받아 말벗이 돼 주기도 했고 쌀을 전달해 왔다.
이들 가정을 마지막으로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때로는 힘들기도 했고 때로는 가슴벅찼던 지난 5년간의 봉사활동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듯 했다. 지난달초 퇴출발표 이후 매일 이어진 집회와 시위속에서도 빠뜨리지 않았던 봉사활동이었기에 더더욱 아쉬운 표정이었다.
전우익(43) 회장은 "더이상 도와드릴 수 없게 돼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 함께했던 어르신들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프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3년전부터 이들의 도움을 받았던 현태남(74)할머니는 "좋은 얼굴로 기억되기 위해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며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지금껏 도와주신 이분들께 할 수 있는 보답"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회원들은 마지막 방문을 끝내면서 "어디에 가든 봉사활동을 했던 그 마음을 그대로 간직해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을 돌볼 것"이라며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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