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이후 내과·소아과 등 의원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올해 전공의 모집에서부터 지원자들이 이 진료과목 선택을 기피하기 시작했다.
지역의 5개 수련병원들이 14일까지 레지던트를 모집한 결과, 내과·소아과·외과 등 분야 지원자가 적어 관계자들이 당황해 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교육연구실 이효규 팀장은 "인기과라 생각했던 내과·소아과 지원자가 줄어 상당히 곤혹스럽다"며 "내과와 일반외과에서는 이 병원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미달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는 올 초 내과 레지던트 1년차 6명이 사표를 내기도 했었는데, 지난 6월 사표를 내고 군 입대를 준비 중인 김인수(27)씨는 "들어갈 때는 경쟁률이 높았으나 의약분업 이후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다"며 "군에 있는 동안에도 진료수가가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제대 후 과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작년엔 내과 전공의 9명 모집에 13명이 지원했으나 올해는 정원을 1명 줄여 겨우 정원을 채웠다.
교육연구실 박호순 계장은 "흉부외과는 더 힘들어 현재 1년차 레지던트가 전혀 없는 상황이고 올해도 겨우 1명만 지원했다"고 전했다. 흉부외과 경우는 경북대병원도 상황이 심각, 교육연구실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정원 2명 모집에 1명만 지원했고 올해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조성경 교수는 "지금의 진료수가로는 설득이 힘들다"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우수 인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 의료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북대병원 채종민 교수는 "내과·외과 등 의료 중추분야의 인기 하락이 의료 저질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의료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레지던트 마감 결과, 경북대병원은 22과 62명 모집에 78명이 지원했고, 영남대병원은 26과 56명 모집에 51명만 지원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에도 59명 모집에 58명만 지원했으며, 대구가톨릭대병원과 파티마병원은 32명과 27명의 정원을 모두 채웠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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