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북의 외화벌이?

흔히 유태인의 기막힌 상술(商術)을 두고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아먹는 사람'에 비유하곤 한다. 자연환경이나 사회 여건상 아무 필요없는 물건을 구슬르고 꼬셔서 팔아먹는 그런 장삿속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북한 사람에게 냉장고나 가전제품은 '에스키모의 냉장고'만큼이나 필요없는 물건쯤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의 전력사정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 발전용량이 739만㎾로 남한의 6분의 1 수준인데다 그나마 73%가 폐기되거나 보수를 요하는 시설이어서 실질적인 발전시설 용량은 200만㎾에 불과하다. 북한 발전시설의 주종을 이루는 수력발전은 소비지까지 거리가 멀어 중도에서 손실이 크다. 게다가 식량지원을 받은 대가로 생산되는 전력의 일부를 중국 동북지방에 송전까지 해야되기때문에 실질적으로 북한이 이용하는 전력은 200만㎾를 크게 밑돈다.

그 결과 북한 주민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평균 전력 용량은 백열등 1개를 켤수 있는 수준이며 상당수 공장이 전력난으로 부분 가동되거나 아예 가동이 중단됐다. 심각한 전력난으로 아예 냉장고나 TV는 무용지물,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쯤되고보니 북한당국은 금강산 인근의 안변 청년발전소와 1만㎾급 중소형 발전소및 대용연료 발전소 건설, 절전운동 등을 벌이는 한편 이번 4차장관급 회담을 통해 장기적으로 200만㎾의 전력지원을 요구하고 우선 50만㎾의 전력을 송전해 달라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50만㎾의 발전소를 북한에 건설하는데는 6천억원이상의 경비가 소요되고 또 남한에서 송전(送電)하는데는 3천억원이상의 송배전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흔들리는 남한 경제 현실을 뻔히 알고 있는 정부로서는 이도 저도 섣불리 못할 입장. 식량지원을 이면합의까지 하면서 밀어붙인 끝에 '막퍼주기식'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반발로 입장이 곤란했던만큼 이번에는 어떻게 나갈는지 궁금하다. 어쨌든 전력난에 쫓기는 북한의 입장도 딱하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인도차원에서 추진돼야할 남북이산의 상봉을 앞세워 이번에는 "전력50만㎾를…"하고 나서는 그 얄팍한 '외화벌이'에는 신물이 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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