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식 국제주의 강화될 듯

미국 차기 대통령 부시의 스타일은 이미 대강이나마 짐작됐고 보도도 여러차례 이뤄졌다. 그런데도 미국 언론들은 그의 스타일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그것은 과연 어떻게 나타날까?

◇정치엔 체니 영향력 클듯 = USA투데이 신문은 부시의 스타일 상 실무형이자 워싱턴 경험도 많은 체니가 현장에서는 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우선 부시의 스타일은 아버지 부시 보다도 레이건 전 대통령에 가깝다. 자신은 정치세력 규합 같은 큰 일에 더 관심 쏟고 큰 결정만 내리면서, 현장에는 대리인을 내세우는 CEO(최고경영자) 형이 그것.

부시는 공식행사나 만찬.연설.회견 등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체니 등 측근이 대신 받는 것을 좋아한다. 말하자면 캐주얼 스타일. 이때문에 영국의 데일리 텔리그라프 신문은 백악관과 워싱턴의 분위기도 달라져, "바비큐 연기와 카우보이 부츠의 덜거럭 거리는 소리로 요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 신문은 클린턴이 골프장으로 만들었던 워싱턴이 이제는 낚시터로 바뀔 것이며, 연예인 보다는 야구선수가 백악관에서 더 많이 대접 받게 되리라고도 예상했다.이렇게 되면 결국 주요 사안들의 현장은 부시 대신 노련한 체니가 뛸 전망이다. 체니는 이미 상원의장 내정자로서 의회와의 연락을 도맡고, 주요 직책 인선도 실무 지휘 중이다. 들러리 서는 부통령이 아니라 실무 책임자가 될 것이라는 얘기.◇경기는 누가 주무를까? = 미국에서는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FRB(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최소한 경기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통화.금융정책 책임자이기 때문.

그러나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부시 차기 대통령이 그린스펀 현 FRB의장과 금리 조정을 둘러싸고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레 점치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를 막고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부담 때문에 부시가 다급해져 그린스펀에게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린스펀은 공화당원으로서 1987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의장에 임명됐지만, 레이건의 후임인 부시 전 대통령이 경기 침체 해결을 위해 금리 인하를 요구하자 거절했었다. 이때문에 당시 부시는 "내가 임명한 사람이 나를 실망시켰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 아들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이번에도 미국 경기는 하강 국면에 막 접어들었다. 이때문에 체니 부통령 당선자는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식 국제주의? = 워싱턴 포스트 신문 15일자는 부시가 말해 온 외교정책인 '미국식 국제주의'가 무엇인지 빨리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부시는 고립주의를 선호하는듯 하면서도 해외 개입정책 또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시사,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안보 정책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실체가 다소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시 당선에 대해 개발도상의 아시아 여러 나라들은 일단 환영하는 반응을 보여, 그의 외교 노선이 어느 정도는 파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시가 중국.북한.인도 등에 대해서는 강경한 외교정책을 구사하되, 인권 등 정치적 개혁을 무역과 연계시키는 간섭주의에서는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호주 신문들은 "무역자유화 문제와 관련해 부시는 고어 보다 훨씬 희망적"이라면서, 그가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협상에서 인권 등 여타 문제를 분리함으로써 클린턴 행정부 때 보다는 상황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이 인권 문제를 비판하거나 지원 및 무역을 민주화 문제와 연관시키려 해 마찰을 겪어 왔던 동남아 국가들 전반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우리의 민주화를 지원하려는 미국 정부의 선의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적이 많다"면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말레이시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마하티르 총리는 "고어의 패배 소식을 들으니 반갑다"고 했다.

부시의 노동.환경 분야 입장이 유연하다는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WTO(세계 무역기구) 뉴라운드 협상도 다소 부드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통령으로서 고어는 노동.환경 기준을 무역과 연계시키려 해 인도.말레이시아.파키스탄 등 개발 도상국들이 보호주의적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해 왔으며, 이 문제가 작년 12월의 협상 실패 원인이 되기도 했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