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크린리뷰-불후의 명작

'공동경비구역 JSA'의 박찬욱감독은 '일단 한번 보라'는 투. '단적비연수'의 박제현 감독은 '후반작업이 덜 됐고, 특수효과가 거칠어 다시 손 볼 것이며, 이것이 완성품이 아니다'는 등 구구한 설명.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변명이 느는 법. 아니나 다를까 '공동경비구역 JSA'는 대흥행작이 됐으며 '단적비연수'는 화제에 미치지 못했다.

시사회의 분위기로 어느 정도는 영화의 운명(?)을 점칠 수 있다. 참석 인원, 표정들, 스탭과 출연진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

지난 12일 '불후의 명작' 시사회는 송윤아와 심광진 감독과 많은 이들이 참석했으나 표정은 모두 어딘가 마뜩찮은 모습. 송윤아는 "열심히 했다"고 했으며 박중훈은 TV에 나와 "나의 마지막 출연작은 모두 불후의 명작"이라고 아리송한 말을 했다.

깨끗한 영화,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영화를 지향한 '불후의 명작'은 에로비디오감독(박중훈)이 순수한 이미지의 시나리오작가(송윤아)와 만나 나누는 멜로영화다. 비록 지금은 에로비디오를 만들지만 언젠가는 불후의 명작으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겠다는 남자,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이런 남자의 순수성에 마음이 끌리는 여자. 둘의 엇갈린, 그러나 결국은 하나의 고리에 엮이는 사랑 풍경화가 영화의 줄거리다.

파스텔톤의 은은한 맛이 다소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계곡에 떠오르는 반딧불, 서커스의 우울한 회상에 첫사랑의 설레임. 감독은 이런 정서를 마치 빛 바랜 앨범을 넘기듯 화면 속에 담고 있다. 지난 80년대 인기를 끈 함중아의 노래 '내게도 사랑이'를 비롯, 달콤한 바나나 우유의 기억들도 그렇다.

공들인 흔적들이 역력하다. 시나리오도 정교한 편.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전체적으로 어긋 버긋하다. 단상들이 하나의 드라마로 조합되지 못한 느낌. 박중훈의 순박한 이미지도 어울리지 않고, 에로 비디오 촬영 현장의 코믹한 에피소드도 다소 억지같다.

크로스 퍼즐에서 몇 개를 마저 끼워 맞추지 못한 아쉬움. 명조체의 제목처럼 단정하기만 한 것이 못내 아쉬운 '불후의 명작'이다. 23일 개봉 예정.

김중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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