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학맞이 가족영화 2편

경제한파로 더욱 을씨년스런 올겨울이다.허한 주머니 사정처럼 마음도 휑해진다. 방학이지만 자녀와 나들이 한번 나서기도 어려운 빠듯한 연말. 따뜻한 가족영화로 마음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듯.

오늘 개봉된 클레이(진흙) 애니메이션 '치킨 런'(Chicken Run)과 짐 캐리의 '그린치'(The Grinch)는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화다.

치킨 런

'윌레스와 그로밋'으로 유명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치킨 런'은 알을 낳지 못해 식탁에 오를 위기에 처한 닭들의 탈출기다.

영국 요크셔의 양계농장. 표독스런 여주인은 아침에 알을 낳지 못하는 닭은 곧바로 저녁 식탁에 올려버린다. 비참한 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 암탉 진저는 동료들을 이끌고 탈출을 꾀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어느 날 여주인이 치킨 파이 기계를 들여놓으면서 닭들은 대량 학살 위기에 몰린다. 이때 나타난 미국 수탉 록키. 하늘을 날 수 있다며 구세주처럼 그들의 '엑소더스'에 합류한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한 장면, 한 장면 촬영해 연결시켜 보여주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이다. 길고 고된 작업. '치킨 런'도 실사영화라면 500숏으로 끝났을 것을 3년에 걸쳐 11만 8천 숏으로 완성시켰다.

특히 아드만은 부드럽고 따뜻한 캐릭터로 관객의 마음을 다스리는 기술이 있다. '치킨 런'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비극적 숙명에 맞서는 닭들을 그리고 있다. 스펙터클한 액션과 코미디도 볼 만하며 칼날이 난무하는 치킨 파이 기계 안에서 진저와 록키가 벌이는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록키의 목소리는 할리우드 스타 멜 깁슨이 맡았다. 2000년 작. 84분. 전체 관람가짐 캐리의 '느끼한'(?) 코미디가 다분히 미국적이지만 '그린치'도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화 같은 영화다.

그린치

'후'(동화속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후빌마을.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느라 모든 사람들이 들떠 있지만, 단 한 명 크리스마스가 오는 것이 싫은 악동이 있다. 바로 크럼피트 산 정상에 살고 있는 그린치. 녹색 털북숭이 그린치는 후빌의 크리스마스를 훔치기 위해 엄청난 음모를 꾸민다. 산타클로스 모자와 코트를 입고, 애완견 맥스를 사슴으로 꾸며 후빌 마을로 내려오는데….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34번가의 기적'의 모티브를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버무려 만든 현대적 감각의 영화다. 동화책의 그림 같은 배경에 환상적인 화면, 깔끔한 특수효과가 어린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감독은 '분노의 역류''파 앤 어웨이'의 론 하워드. 내레이션은 '양들의 침묵'의 앤소니 홉킨스가 맡았다. 2000년 작. 100분. 전체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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