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신 피아니스트 -건반위 숨은 사랑'

올해도 다 저물어가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 나으면 반드시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혹시 병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지….

피아니스트 우정일(59·계명대) 교수는 연말에 꼭 받고싶은 편지가 있다. 한 '백혈병 소년'의 쾌유소식.

우 교수는 지난 5월 당시 매일신문에 실린 한 소년의 딱한 사연을 읽고 주저없이 200만원을 보냈다. 소년의 어머니는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고 올해안으로 '나았다'는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다른 사람 좀 도왔다고 연락을 기다리면 안되는데. 하지만 그 아이 소식은 꼭 듣고 싶어요"

독신인 우 교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시골집 아랫목마냥 따뜻하다. '백혈병 소년'처럼 신문에 눈물겨운 얘기만 실리면 아픈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그는 15년전 한 제자의 권유로 고아원을 찾았다가 자신과 약속했다. '내 가진 것을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자'고. 이후 고아 8명과 결연하고 지난해까지 13년동안 매년 1인당 12만원씩을 보냈다.

"올해부터 후원금은 중단했어요. 돈만 보내니까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 전달돼 잘 쓰이는지 알 길이 없었어요. 대신 어려운 이웃을 제가 직접 찾아나서기로 했죠".

지난 93년부터는 매년 130만원씩을 대구 중구 교동의 무료급식소 '요셉의 집'에 전달해왔다. 제자로부터 참 어렵게 운영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당시 쌀 열가마니 가격으로 쳐 매년 130만원씩 보내기로 결심, 7년동안 지켜오고 있다.

"내 월급 조금 떼어놓는 수고밖엔 없어요. 아껴서 더 많이 내놓아야 하는데…".우 교수는 자신이 땀을 흘리는 만큼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피아노처럼 이 땅의 사람들이 조금씩만 서로 나눈다면 세상도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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