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꿈이 또 절망으로'
새 천년 첫 우승을 선언하며 희망차게 시즌을 맞은 사자군단. 그러나 야구팬들의 '우승염원'에도 아랑곳없이 삼성 라이온즈는 시즌 내내 비틀거리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삼성은 시즌 초반부터 들쭉날쭉한 전력으로 힘겹게 시즌을 꾸려 나가다 드림리그 3위(승률 0.539)로 준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다. 하지만 현대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며 우승의 꿈을 다음시즌으로 미뤘다. 삼성은 시즌 초반에 8연승을 하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으나 5, 6월에 극도의 부진에 빠져 코칭스태프와 일부 주전선수들의 교체설이 불거지는 등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급기야 구단은 6월에 장효조 2군코치를 1군으로 올리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반짝효과만 있었을 뿐이었다.
개인기록도 흉작이었다. 99시즌에는 이승엽과 임창용이 투·타 주요부문을 휩쓸며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였으나 이번 시즌에는 이승엽이 득점(109점)부문에만 1위에 올랐을 뿐 다른 선수들은 타이틀 상위랭킹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특히 99시즌 54개의 홈런을 날리며 전국민을 열광케 한 이승엽의 부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승엽은 홈런 4위(36개)에 올랐지만 지난 해의 전무후무한 성과로 높아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임창용도 '창용불패'의 닉네임이 무색하리만큼 구위가 땅에 떨어졌다.
이같은 결과는 일견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주먹구구식 판짜기, 코칭스태프의 무능한 용병술, 부실한 선수관리와 부족한 백업요원 등이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올 농사를 망칠 수 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우승전력이 아니었던 것.
스미스, 프랑코, 김기태 등 포지션이 중복되고 수비가 약한 '반쪽짜리'선수들로 판을 짜 결정적인 찬스에서 무너졌고 3년간 8억원씩 주고 영입한 김동수와 이강철은 전혀 써먹지 못하고 벤치를 기웃거리기만 했다. 이에 대해 팬들은 "이들이 다른 팀에 없는 것만으로도 삼성의 스카우트가 제 몫을 다 한 것 아니냐"는 비아냥의 소리를 쏟아냈다.
김기태, 정경배, 이승엽 등 주전들이 돌아가며 부상을 입어 전력누수가 생겼고 5,6월 부진의 늪을 헤맬때도 코칭스태프는 선수단의 정신력에만 의존할 뿐 백업요원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등 용병에 낙제점이었다.
우승의 한풀이를 또 한번 접은 삼성은 '감독의 무덤'이라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2명의 감독대행을 포함, 13번째로 김응룡 감독을 영입하는 몸부림을 했다. 김감독은 취임후 삼성이 현재의 전력으로는 우승하기 힘들다고 밝혔으나 신인 이정호, 박한이 등 대어급 선수들의 영입과 괜찮은 외국용병의 수혈로 내심 이 정도 전력이라면 해볼만하다는 욕심을 비치고 있다.
이제 팬들은 시즌 종료후의 극한적인 비난에서 우승제조기라는 김응룡 감독이 내년에 삼성의 첫 우승을 견인할 수 있을 지로 관심을 옮겨가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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