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농산물의 무차별수입으로 사과, 배추 등 과채류가격이 폭락한데다 중간상인들의 발길마저 뚝 끊겨 농민들이 농산물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천시 화북면 공덕리에서 1천평의 사과 농사를 짓는 박태환(67)씨 부부는 생산한 사과 20kg들이 150상자분량의 사과를 집앞 논바닥에 보관, 변색되고 상해 상품가치가 떨어지고 들쥐들이 갉아먹어도 속수무책.
박씨 부부는 "인건비를 빼고 비료와 농약대 등 영농비만 170만원이 들었지만 사과를 사려는 상인들의 발길조차 끊겨 말짱 헛농사가 됐다"고 한숨지었다.
영천지역의 산지 사과가격은 일부 특품을 제외하고는 15kg 1상자당 평균 7천~9천원선. 지난해 가격의 절반수준이지만 그나마 팔리지도 않는다.
지난 20년 가까이 연간 5천관(1관당 4kg)의 무말랭이를 생산해 온 영천시 화북면 공덕리 15농가는 올해 무말랭이 만들기를 포기했다.
지난해 1관당 1만7천원하던 무말랭이 가격이 8천~1만원으로 떨어져도 쏟아지는 수입 무말랭이 때문에 상인들이 사가지 않기 때문이다.
공덕리 이장 서재문(39)씨는 "수년전부터 중국산 무말랭이가 대거 수입돼 국내산보다 싼 1관당 5천~6천원에 유통되면서 국산 무말랭이가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천500평의 배추를 재배한 농업경영인 영천시 연합회장 한달출(45)씨는 배추값 폭락으로 2천500평은 갈아 엎고 나머지 2천평은 밭떼기로 150만원에 상인에게 팔았지만 보름전 계약금 10만원만 주고 간 상인이 나타나지 않아 허탈해 했다.
한씨는 "1t트럭 한대분(800포기)의 배추를 공판장에 내다팔 경우 상·하차비 8만5천원, 운임비 8만원, 공판수수료 2만원 등 18만5천원의 경비가 들지만 배추값은 포기당 200원도 안돼 적자가 뻔한데 누가 배추를 공판장까지 갖다 팔겠느냐"고 반문했다.
농민들은 "배추값 폭락은 중국에서 배추를 소금에 절여서 수입, 포기당 100원도 안되는 싼 값에 김치공장과 식당 등에 대량 공급하기 때문"이라며 무차별적인 외국 농산물 수입으로 손해보는 것은 농민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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