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의 맏형격인 민주당 권노갑 최고위원이 17일 최고위원직을 전격 사퇴함에 따라 친권(친 권노갑), 반권 계열로 양분된 채 미묘한 갈등을 보이던 여권내 권력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조만간 있을 당정개편에서 동교동계 인사들의 2선 퇴진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금까지 동교동계가 사실상 독점해온 당내 권력도 분점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여권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최고위원들에게 각각 역할과 책임을 부여해 서로 견제토록 하는 체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권 예비주자 꿈틀=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여권내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이인제.김중권.한화갑.정동영 최고위원 등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권 최고위원과 함께 김옥두 사무총장 등 동교동계 인사들의 동반사퇴가 이어질 경우 한 최고위원이 동교동계를 대표할 가능성이 높다. 동교동계의 내부결속도 관심거리다. 이와 관련, 한 최고위원은 17일 중국 공산당 초청으로 출국, 여운을 남겼다.
권 위원의 사퇴에도 불구, 여전히 당내 최고의 지분을 갖고 있는 '친권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한 최고위원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권 내부에서는 소(小)계파를 대표하는 최고위원들이 동교동계의 지지를 먼저 확보하겠다는 움직임을 가시화 할 경우 계파정치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권 위원의 사퇴가 차기 대권후보의 조기가시화 내지는 권력누수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 총재인 김 대통령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는 '분할 통치' 전략을 채택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누가 대표가 되든 지금까지 동교동계가 보여준 당 장악력을 그대로 갖기는 힘들 것" 이라면서 "김 대통령은 최고위원들간의 경쟁체제로 당을 운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정계은퇴 아니다=권 최고위원의 사퇴가 당장은 충격파를 던지고 있지만 향후 권 위원의 정치적 진로에 따라 그 파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권 최고위원의 거취를 두고 "사실상 정계은퇴"라는 주장과 "전면에서의 일보 후퇴일 뿐"이라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권 최고위원이 김 대통령과 고락을 같이 해왔다는 점에서 당직 수행여부와 상관없이 그의 영향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권 위원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최고위원직 사퇴가 정계은퇴 선언은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권파로 분류되는 민주당내 인사들은 "그의 최고위원직 사퇴는 단순히 지명직 최고위원 직함을 내놓은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권 위원이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 한발 물러섰을 뿐 후일 재기하겠다는 뜻마저 버린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론이나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동교동계 2선퇴진 주장으로 빚어진 당내 파문을 계기로 김 대통령이 권 위원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한 당 운영 방식을 포기 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권 위원의 막후역할을 예전만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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