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식, 이젠 2001년을 내다보자

외환위기 이후 지난 3년간 국내 증시는 '철저하게' 미국증시와 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한국증권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미국과 주요국 주식시장간의 동조화 현상에 관한 검토' 자료를 보자. 조사 결과 우리나라는 영국, 프랑스, 일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비해 미국증시에 대한 동조화 정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증권연구원측은 "국내증시와 미국증시와의 상관관계가 밀접한 것은 국내 금융시스템 및 산업구조가 개방화,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게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특히 최근 들어 주식시장은 미국 나스닥 선물지수에 따라 춤을 추는 등 동조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내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동향을 점치려면 무엇보다 미국 경제, 미국 증시가 2001년에 어떻게 움직일 지를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내년 미국경제, 심상치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미국 경제성장률이 금융긴축, 자산효과 감소, 유가상승의 여파로 내년에는 3.5%, 2002년에는 3.3%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사상 최고치인 올해의 경제성장률 5.2%보다 크게 낮아지는 것. 올해 4%대인 실업률 역시 2002년에는 4.5%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내에서 나오는 2001년 경제전망 역시 비관적이다. 미국의 경제전망 전문조사회사 한 관계자는 "미국 경제는 2001년 GDP 성장률이 2.0%에 머물고 실업률이 급증하는 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이달초 열린 '2001년 세계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내년도 미국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5.2~5.3%에서 내년에는 3.2~3.6%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원은 "내년에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관.비관 전망이 뒤섞인 미국 증시

미국 경기가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많은데도 내년도 미국 증시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증시 전문가 10명이 내년 뉴욕증시가 올해말 기준으로 평균 18%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주가 하락폭이 너무 컸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긴축기조 변경시사로 경기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는 게 상승 전망의 근거. 유가하락과 유로화의 안정세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리먼 브러더스의 제프리 애플리게이트는 "시장이 이미 지난달 말에 바닥을 치고 상승하고 있다"며 "FRB 금리 인하 이후에는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낙관론자들도 주식시장의 과매도 상태 등을 들어 증시 상승세를 기대했다.

반면 낙관론에 대해 경계의 시선을 나타내는 증시전문가들도 없지 않다. JP모건의 더글러스 클리곳은 경기 둔화로 기업실적이 더욱 악화되리란 이유로 뉴욕 증시가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초 나온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2001년 시장전망 보고서'는 더욱 비관적이다. 메릴린치는 "미국 증시가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보수적인 투자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는 금리인하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적고, 주가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펀드의 현금보유비중이 낮다는 점 등을 꼽았다. 미국경제가 경착륙(성장률 마이너스)할 가능성은 적지만 '거친착륙'(성장률 3%미만)이 나타날 위험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게 메릴린치의 분석. 또한 파이낸셜타임스는 더 나아가 "미국경제가 경착륙할 수도 있다"고 최근 경고하고 나섰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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