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듀~2000 문화계결산-(6) 연극

'IMF 한파'의 지속적인 영향으로 올해 대구연극은 어느해보다도 심각한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지역 대형공연의 대구 '나들이'도 대폭 줄었고, 대구 극단들의 움직임 또한 활발하지 못해 관객의 갈증이 어느 해 보다 심했다.

그러나 극단 함세상(함께사는세상)의 1인극 '호랑이 이야기'와 '아름다운 사람-아줌마 정혜선'이 호평을 받아 대구산 소극장 연극의 가능성을 새롭게 부각시켰다. 특히 '호랑이 이야기'는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돼 대구 연극의 서울 진출을 이루기도 했다.

대구시립극단도 비교적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쳤다. 올 4월 '베니스의 상인'을 시작으로 '황태자의 첫사랑''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무대에 올렸다. 그러나 작품성과 기획력에 대한 의문이 일면서 극단 쇄신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울 연극이 퓨전을 통해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것과 달리 정통극만 고수해 새로운 시도가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대구연극제와 목련연극제 등 연극협회 차원의 행사들도 구태의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올 5월 대구연극제는 썰렁한 객석에 엉성한 무대, 연기자들의 기계적인 연기 등으로 호된 비난을 받았다. 심사위원장(박상근)으로부터 "뽑아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뽑는다"는 극언(?)까지 들었으나 쇄신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11월 있은 연극협회 대구 지회장 선거에서 40대 초반의 극단 H.M.C.대표 박현순(41)씨가 당선돼 향후 협회 운영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비교적 빈번했던 서울의 대형 공연물도 뜸했다. 5월에 공연한 박정자 손숙 윤석화 주연의 '세자매' 이외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대구지역 기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상황에서 기획사들도 흥행을 저울질할 뿐 선뜻 대구에 불러들이지 못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공연인 연희단거리패의 '도솔가-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연출 이윤택)가 장기 공연된 것이 그나마 다행.

한편 전국 연극계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윤택의 '일식', 오태석의 '잃어버린 강', 장진의 '박수칠 때 떠나라' 등 창작공연들이 줄을 이어 주목을 받았다. 뮤지컬의 경우 브로드웨이의 '렌트'와 동구권의 '드라큘라'가 전반기 무대를 달군데 이어 '로마의 휴일''밥퍼'와 연말의 '올 댓 재즈''시카고''명성황후''난타'의 공연이 이어졌다.

또 정부는 5월부터 매월 마지막 토요일 '연극의 날'로 지정해 대학로에서 다양한 행사를 갖는 등 연극 활성화에 나섰고,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을 받아 연극계도 남북교류 활성화를 위한 연극인 선언 발표, 심포지엄 등이 잇따랐다.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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