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표지명의 정치적 계산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중권 전청와대비서실장이 당내 기반 취약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원 경선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으로 3위를 차지한 이후 세인들은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군에 그를 조심스레 포함시켰다.

무엇보다 김대중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과 영남출신이라는 점, 줄곧 현 정권의 대명제인기도 한 동서화합의 전도사역을 자임해 왔다는 사실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전국을 누빈 최고위원 경선 과정은 대중적 기반이 전무하던 그를 대중 정치인의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됐다.

그가 16대 대선을 꼭 2년 앞두고 집권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의 새 대표가 됨으로써 당내 대선 예비경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자연스레 여론의 주요 관심 대상이 되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로써 그는 비록 위임자이긴 하지만 정치의 최일선에 나서 여당을 이끌며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온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갖게 됐다.

만약 김 대표 지명자가 재임기간 동안 극심한 균열상을 보인 당내 제 세력의 갈등과 알력을 조정, 당내 안정을 가져오고 당외적으로는 현 정부의 개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경제가 위기국면을 헤쳐나가는데 일조할 경우 그는 이를 바탕으로 여권내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 위치를 선점할 것이 분명하다.

반면 그는 이제부터 당 내에서는 이인제 최고위원과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 등 잠재적 후보군과 제 정치세력들의 집중 견제대상이 됐고 외부적으로는 진작 대선 준비에 들어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거세질 집중포화를 막아내야 하는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만일 효과적인 대응과 반격을 하지 못할 경우 지난 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신한국당의 이홍구 대표가 유력한 대선 후보군에서 낙마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그의 주변에서도 대표 지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대표 지명자는 대중적 기반을 확대하고 당내 경쟁자들을 따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동시에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견제와 공격을 모두 막아내야 하는 부담도 함께 떠안게 된 것이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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