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씩 절을 찾는다. 그 곳이 고느적하고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면 더욱 좋다. 수 없이 많은 마음의 갈래와 넝쿨가튼 생각들을 씻을 수 있는 곳. 그 곳이 산사다. 사람들의 소리가 악버구리처럼 들끓는 곳에서도 마음이 고요할 수 있다면야 더 없이 좋겠지만, 그런 행복한 순간들을 만나기가 그리 쉬우랴. 산사에 가면 그런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들이 몸과 마음을 관통하는.
산사에 가면 백팔배를 해 보라. 염주가 없다면 속으로 한 배 두 배 세면서 절을 하라. 부처님을 향해서 열심히 절을 하던 자신이 어느덧 사라진다. 자아를 잔뜩 움켜쥐고 그것을 놓칠까 전전긍긍하던 자신에게서 벗어난다. 어느 순간 나를 달구던 소리들이 떠난다. 내 마음을 조각조각 찢던 소리들. 그 빈 곳으로 물소리며 빗소리가 스며든다. 마음이 절로 소리를 낸다.
올 여름 나는 순천의 송광사를 다녀왔다. 4박5일의 출가. 아직도 그 소리 소리들이 내 마음 속을 울린다. 웅장한 법고소리며 예불소리가. 특히 그 나즉나즉한 예불소리가 들려온다. 한없이 느리고 그윽한 예불문을 독송하는 그 소리들이 자꾸만 그리워진다.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노는 거짓되고 가볍고 겉치레만으로 꾸며진 소리가 아닌, 저 태초의 어머니에게서 인간이 잉태된 순간에 생명의 숨결속으로 같이 들어온 소리. 그것은 소리가 아니라 호흡이었다.
흉내만으로 스님들의 예불문을 따라서 되뇌는 나의 소리는 거짓이었다. 아무리 느리게 독송해도 늘 한 박자씩 빠르던 나의 빠른 호흡. 내 혼과 고뇌와 상처를 전혀 담고 있지 않은 거짓에 가득찬 소리. 내 뼛 속까지 깊숙히 침잠해 본 적이 내게도 있었을까, 과연. 정말로 한없이 느린 속도지만 내 존재의 전부를 걸고 살고 있는가, 나는. 나는 껍데기로만 살아왔다. 포장만 요란하고 포즈만 그럴 듯한 삶을. 글쓰기 또한 위선과 거짓에 가득 찬 겉치레였다.
산사를 찾는다는 것은 내면의 소리를 찾아서 떠난다는 것. 자기 마음에 고요가 깃든다면 굳이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나는 문득문득 산사가 그리워진다. 문명의 소리들을 떠나 내 마음의 소리를 찾아 떠나고 싶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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