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족과 함께 출산 "잊지못할 추억"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지난 12일 밤 9시쯤 대구 계산동 ㅁ산부인과 수중분만실. '쿵 쿵' 하는 태아 심박동 소리와 함께 동요 '달맞이 가자'가 흐르고 있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친 출산부 이경희(24·대구 용산동)씨가 은은한 스탠드 조명 아래 욕조에 몸을 담갔다. 욕조 안 물은 37℃. 태아가 살던 모체 속 양수와 똑같은 조건이라고 정재형(45) 원장이 설명했다.

"끊어질 것처럼 아프던 허리 통증이 가라앉는 것 같아요". 진통실에서 고통을 못 이겨했던 이씨가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남편 손성해(36)씨는 양손으로 겨드랑이 부분을 받쳐주며 아내가 힘 쓰는 걸 도왔다. 친정 어머니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 40여분. 드디어 이씨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아기의 머리 부분이 나오기 시작했다. 엄마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힘을 주자 아기의 몸이 빠져 나왔다. 3.03kg의 건강한 여자 아기. 그동안 산모의 상태를 지켜보기만 하던 정 원장이 물 속으로부터 아기를 받아 내 산모의 가슴에 안겨줬다. "어머나! 아기가 젖을 빨고 있어요!" 진통도 잊은 채 이씨가 아기를 안고 신기해 했다. "진통실에 혼자 누워있을 땐 너무 무섭고 괴로워서 왜 이래야 되나 싶었어요. 그러나 욕조에 들어가 가족과 함께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고 진통을 느끼자 곧바로 힘을 주게 되더라구요".

안심하는 아내를 본 남편은 "수중분만 하길 잘 한 것 같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처음엔 숙쓰러워 출산 때 함께 할 수 있을지 어색했지만, 이제 평생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얻은 것 같습니다".

손씨도 아내로부터 함께 욕조에 들어가자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국내 첫 수중분만으로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의 남편은 그랬다지만, 그것만은 겁이 나서 못하겠더라는 것. 손씨는 손을 떨며 아기의 탯줄을 몸소 잘랐다.

대구에도 수중 분만 전문 병원이 생겼다. 최근 병원을 확장 개원하면서 전용 수중 분만실을 갖춘 ㅁ산부인과가 그것. 정 원장은 "분만은 이제 더 이상 산모 혼자 겪는 고통이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남편과 가족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자리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것이 수중 분만 도입 이유라고.

대개의 병원 분만은 출산부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분만실이라는 극히 통제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때문에 출산부가 정서적으로 불안해진다든지, 통증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중분만은 누운 자세가 아닌 앉은 자세 분만법의 하나. 물 부력을 이용해 몸의 중력을 느끼지 않도록 함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키고, 자궁 경부를 팽창시키는 물의 속성을 이용해 분만을 촉진시키는 장점도 있다고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산모와 아기 사이의 유대감을 증가시키고, 산모의 진통이 경감되며, 진통시간 역시 짧아진다고도 한다. 유럽에서 많이 이용되는 출산법. 약물 투여, 기구 사용 등 인공적인 보조 시술도 억제된다.

ㅁ산부인과 정원장은 그러나 "수중 분만에는 주의할 점도 있다"고 환기했다.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 태아가 너무 작거나 큰 경우, 임신 주수가 36주 이내인 경우, 임신 중독기가 있거나 쌍태아인 경우에도 금해야 한다고 정 원장은 말했다.

정 원장은 그외에도 "산모가 진통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고 남편과 산통을 나눌 수도 있도록 하는 그네 분만, 분만·진통실을 개방해 남편이 탯줄 절단 등 분만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부부 분만 클리닉 등, 수중분만 외에도 다양도 분만법이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기자 stel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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