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상의 삶속에서 새 희망 노래

시인 김용락씨가 세 번째 시집 '시간의 흰 길'(사람 펴냄)을 출간했다. '기차소리를 듣고 싶다'(1996) 이후 4년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은 사회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어조를 조금 늦춘 대신 삶에 대한 시인의 성찰이 더욱 깊어져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일흔 노부모가/시골집에서/8개월 어린 딸을 키우고 있다/5월이 되어도 농사는 이미 손에 놓은 지 오래/늙은 아버지 등에 어린 딸애가/나비처럼 붙어있다/삶과 죽음의 그 묘한 대비/아카시아 독한 향기/밤 안개에 묻혀 마을을 뒤덮고/소쩍새 소리/나직이 낡은 창호지 문 창을 울릴 때/잠 못 이룬 새벽이/어느덧 내 베갯머리에 와 있다"('소쩍새')

그의 시는 우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크고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런 시적 리듬이 그 서사성에 가려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이 미덕이다. 시인 배창환씨는 "시인이 현실 삶에서 가져와 다시 짜낸 시의 의미망은 촘촘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해설에서 밝혔다. 이번 시집에서 확인되는 그의 시의 진면목은 새로운 삶의 문명사적 대안을 찾아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 비록 현실 삶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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