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金대표에 대한 우려와 기대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쇄신책은 김중권 최고위원을 민주당 대표에 지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첫 작품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 의의에도 불구하고 한마디로 우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김 대표는 영남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문제가 되어왔던 지역편중인사 등에 대한 비판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역화합과 경륜을 통한 위기극복의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김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외형상 측근정치의 연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된 것은 가신정치의 폐해였다. 그런데 다시 비서실장출신이 임명됨으로써 이번에는 가신정치 대신 비서정치가 들어서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바른 소리나 쓴 소리를 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이는 또 시스템에 의한 당 운영이라는 정치 개혁적 차원에서도 역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한다. 왜냐하면 비서실의 속성상 자신의 소리가 없다. 따라서 당은 또 한번 청와대 예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으로서 할말을 하는 독립성을 보지할 수 있을 것이냐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벌써 측근체제구축이니 청와대 직할체제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국민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개혁성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이다. 이는 당내 초.재선의원들이 반발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김 대표가 임명된 현시점은 참으로 걱정되는 위기의 상황이다. 광주에서 17개 시민단체들이 현정부의 부패, 무능 등을 들며 실정(失政)을 규탄하고 있을 정도이다. 따라서 김 대표는 현재의 '상황이 위기가 아니다'라느니 하는 자신이 말한 여당적 마인드만 가지지 말고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대로 전달하는 당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를 종합하여 보면 김 대표가 우선 해야할 일은 앞서 지적에서 나온 비서실 출신에서 오는 우려를 극복하는 일이다. 게다가 김대표는 여권내 누구보다 정치는 물론 행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쌓은 사람이 아닌가. 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선택을 하고 대화와 타협의 균형된 정치를 펼친다면 '얼굴마담'이니 또 하나의 측근정치라는 비판의 소리는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나라의 위기 뿐만 아니라 당의 위기도 구해내는 위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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