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팬클럽 달라져야 한다

서태지 공연을 안전사고의 문제로 불허한 대구시가 다시 조건없는 대관을 기획사측에 제시했다. 시청 홈페이지가 서태지 팬들에 의해 한때 마비되고 시장이 항의성 E메일을 무려 3,000개 이상이나 받은 데 따른 결과인 듯 하다.지난달에는 그룹 H·O·T·의 보컬인 강타가 음주운전과 뺑소니 혐의로 조사 받은 날 팬들에 의해 강남경찰서 홈페이지가 순식간에 마비된 적도 있었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의 피아니스트 리차드 클레이더만 또한 비디오사건으로 취소된 백지영 공연장에서 공연한다는 이유만으로 백지영 팬들로부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스타 숭배 현상'을 사회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사람들은 이른바 '친근의 환상'으로 개념화한다. 팬에게 있어서 스타는 공연장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고 TV를 보면서 곁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시선처리가 스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나아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가장 가깝게 클로즈업시키는 이유도 '친근의 환상'을 강화하기 위한 기법이다.

'친근의 환상'의 결과. 드라마 '허준'의 전광렬은 한때 그에게 한의학 상담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크게 당황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98년 5월 일본의 록그룹 X재팬의 기타리스트 히데가 자살하자 3명의 여학생이 동반자살을 하고 장례식장에서 120여명이 실신했다.

대중문화산업에 있어서 팬클럽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한 명의 스타를 위해 익명의 다수가 맹목적으로 단결된 힘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팬클럽은 공연 티켓을 수백장에서 천여장까지 단체로 구입하는가 하면 직접 포스터와 전단을 돌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가수가 노래하는 도중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연호 하는 등의 방법으로 라이벌 가수들의 힘빼기에도 한 몫한다. 이 배타성은 자신의 스타에게만 절대적이어서 나머지는 악이고 적일 뿐이다.

오죽하면 강타가 '더 이상 저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지 말아주세요·' 라고 말했겠는가. 팬클럽이 달라져야 한다. 스타의 잘못을 무조건 얼버무려 변호하려고만 하지 말고 잘못된 일은 따끔하게 혼낼 줄 알고 순수한 자신들의 팬클럽을 악용하는 상업주의가 있다면 이를 단호히 배척할 줄도 알아야 한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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