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합당이 웬 말이냐

국정위기를 맞아 지금 국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권의 국정쇄신책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터져 나오는 것이 고작 합당설이고 보면 정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4·13총선을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은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정을 운영하라고 어느 정당에도 과반수를 주지 않은 것이다'라는 것에 합의가 이뤄져 있는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도 또 합당을 시도하여 수(數)의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진정 합당을 하려면 4·13총선 전에 합당하여 국민에 그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의 정치는 바로 독선·독주·독재로 가는 지름길이어서 안된다는 것에 역시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다는 상황이다. 국민이 대화와 타협으로 가라고 했으면 그 뜻에 따라야지 왜 굳이 합당으로 가려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국정위기가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 그렇다'는 논리에서 출발하는 소위 소수정권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현실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정책의 실패와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때도 아니다. 비록 여당의 시나리오는 내년 2월 구조조정이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시도한다고 되어 있는 모양이나 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으로는 계속 경제가 이슈가 되어도 경제가 살아날까 말까한 정말 위기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계개편이다 개헌론이다 하고 떠들어대면 그렇지않아도 정치에 흔들리고 있는 경제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설(說)로만 이야기되어 오던 합당설은 서영훈 전 대표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에게 지난 11월24일 제의했고 그리고 합당범위도 무소속에다 한나라당 일부까지라는 등 구체화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김중권 최고위원을 민주당대표로 임명한 것은 정계개편용 밑거름이라는 설까지 번지고 있다. 합당의 제1당사자인 JP도 '큰 틀의 상황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화두를 꺼내놓고 있는 지금이다. 이러한 정치권의 분위기 자체가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분명한 것은 여소야대는 국민이 만들어준 구조가 아닌가. 정치력만 발휘한다면 개혁도 경제위기 극복도 이 틀 안에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정권재창출은 이를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원칙과 정도로 정치를 해나갈 때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지 어거지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 더 이상 물타기식 재창당을 한다고 속을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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