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보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총재는 21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6.25 참전 소대장 모임' 특강에서 "임기를 불과 1개월 남긴 클린턴 행정부가 북미 접촉을 무리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차기 행정부로 넘기는 것이 순리"라며 클린턴 대통령의 내년초 방북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이 총재의 측근은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의 입장이 중요함으로 클린턴 행정부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초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추진이 발표됐을 때 한나라당이 보여준 "한반도 평화체제가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던 평가와는 상이한 것.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는 "그동안 두 세차례 외부 강연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 개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여준 이 총재가 남북 문제에 있어서도 보수 입장을 선언, 현정부와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내 경제여건의 악화로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보수 입장을 강조하는 이 총재의 최근 행보에 대해 야권에서는 "남북관계로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는 현 정부를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정계개편설과 관련, 한나라당 일각에서 "여권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과 남북관계 진전을 정국장악의 돌파구로 삼을 수도 있다"고 경계하고 있는 것도 이 총재의 보수 목소리 높이기에 큰 작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총재의 남북문제 관련 보수화 흐름에 당 일각에서는 "남북관계 변화에 이 총재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을 적극적으로 수용, 대북 포용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영관기자 seo123@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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