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돌아본 2000경제(3)대구시-상의 골깊은 반목

2000년은 지역 경제를 이끌어나가야 할 두 기관인 대구시·대구상의의 갈등과 반목이 어떤 방식으로 지역 경제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가를 지역 경제인들에게 보여준 한 해였다.

문희갑 대구시장과 채병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의 불편한 관계가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은 사실. 하지만 문시장이 지지했던 권성기 태왕물산 회장이 15·16대 대구상의 회장선거에 이어 불출마 선언까지 번복하고 출마한 채회장에게 또다시 패배, 채회장이 17대 대구상의 회장에 취임하면서 불화는 극으로 치닫게 됐다.

대구시측은 시측이 지원했던 인물이 탈락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급기야 대구상의를 '왕따'시킴으로써 두 기관간의 갈등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상의회장 취임식에 시 관계자가 불참한 것을 시작으로 대구상의가 지역 경제현안의 포괄적 협의를 위해 구성했던 '21세기 지역경제발전협의회(가칭)' 참여도 외면, 협의회 자체를 반쪽으로 만들어버리는 등 상의에 대한 대구시의 보이지 않는 압박은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채회장이 운영하는 대하합섬의 부도, 법정관리 신청, 법정관리 폐지, 파산결정으로 채회장의 회장직 유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상황은 점점 꼬여갔다. 급기야 문시장이 공식석상에서 상의회장을 저속한 말로 지칭한 것이 발단이 돼 채회장이 공개토론회를 요구하는 등 감정싸움으로까지 악화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두 기관장의 반목 자체가 아니라 이로 인해 지역 경제를 이끌어야 할 두 기관이 지역의 경제위기를 방치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 올 한 해 영남종금 영업정지, 우방 부도, 삼성상용차 퇴출, 대우자동차 부도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줄을 이었지만 대구시와 대구상의는 '따로따로' 대처로 일관, 시너지효과를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일부 상공의원들의 비협조로 내년 예산안을 상정조차 못한 대구상의는 일상적인 업무 수행외에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경제인들은 삼성자동차를 유치한 부산지역과 대구를 비교하며 지역의 경제회생을 위해 힘을 모아도 힘겨운 마당에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대구와 달리 항구도시인 부산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경제인들이 많아 평소 화합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삼성이 자동차공장 설립지역을 물색할 무렵 부산시와 부산상의가 유례없는 단결력을 과시, 정부를 압박해 공장을 유치했을뿐 아니라 르노사에 공장을 매각할 당시에도 삼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보다 많은 보상을 받아냈다고 경제인들은 소개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 인사들은 문시장과 채회장 모두 한발씩 물러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채회장의 경우 자신의 업체가 파산선고를 받는 상태에서 회장직을 고수하는 것은 회장 자신이나 대구상의, 지역경제를 위해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만큼 용단을 내려 사퇴해야한다는 것.

문시장의 대응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경제인들은 "두 기관장은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사이 대구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른만큼 '실권'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형님격인 대구시가 너그러운 태도로 먼저 손을 내밀어 사태를 마무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가영기자 k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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