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국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클린턴이 미국내의 많은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방북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퇴임을 불과 한달도 채 안남긴 현시점에 평양을 찾는 것은 미국은 물론 한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클린턴으로서야 북한을 방문, 눈엣 가시 같은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퇴임하고 싶은 욕망이 크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북한이 획기적인 미사일 타협안을 제시, 미국에 대해 소위 '기브 엔드 테이크'의 양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클린턴의 방북 길에는 이게 분명치 않다.
'벼랑끝 외교'에 이골이 난 북한이 미사일 협상의 타결을 위해 '선물'을 주더라도 차기 정부에 주지 하필 퇴임 직전의 클린턴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놓을 것인지부터가 확실치 않은 것이다. 또 설령 북한이 대북 강성(强性)외교가 예상되는 차기 행정부보다 보다 탄력적인 클린턴 정부와 협상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조건을 제시한다하더라도 클린턴이 처신을 잘못하면 발목을 잡혀 두고두고 말썽의 소지를 남기게 된다. 때문에 미국내의 많은 여론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클린턴의 방북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클린턴이 앞서 지적된 문제점들을 꿰뚫고 있으면서도 화려하게 임기를 끝내고 싶은 욕심에서 무리하게 방북을 결행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거니와 그래서는 더군다나 그 방북길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지적지 않을수 없다. 클린턴의 방북은 정치 도의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다. 사려 깊은 정치 지도자라면 퇴임을 앞두고는 어떤 외교적 거래도 삼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클린턴은 방북을 고집, 차기 부시 정권에 부담을 주고 있는것은 아무래도 보기에 뭣하다. 아무리 부시당선자가 예의상 그의 방북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스스로 부담을 줄 소지가 많은 '평양행'을 피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
차기 공화당 정부는 대북 정책의 기조는 공화당과 같을는지 몰라도 방법론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를 갖고 있다. 공화당은 이미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힘을 바탕으로 하는 외교를 주창해 왔고 결코 벼랑 끝 외교에 달러를 주기보다는 '미사일 수송함'을 나포하겠다는 강경 입장인 것이다. 이런 터수에 클린턴이 대북 협상에 마지막으로 참여,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은 민망스런 것이다. 우리가 남의 나라 대통령의 북한 방문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은 클린턴의 방북이 앞으로 몰고올 파장이 너무나 미묘하고 클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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