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설가 강석경, 시인 김용택, 평론가 이남호 산문집

소설가 강석경, 시인 김용택, 평론가 이남호씨가 나란히 산문집을 펴냈다. 강석경씨의 '능으로 가는 길'과 섬진강 시인 김용택씨의 '인생', 이남호씨의 '혼자만의 시간'은 각각 역사와 삶, 고독을 주제로한 산문집이다. 벌써 5년 가까이 경주에 기거하며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강석경씨의 '능으로 가는 길'(창작과 비평사)은 경주 일원에 산재된 신라 왕릉을 찾아다니며 유물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폐부 깊숙이 느낀 점들을 정리한 글모음이다. 신라 왕들의 극적인 탄생설화와 일대기, 당대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삶들이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과 사색, 방대한 사료를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작가는 왕릉들을 돌아보며 철기로 상징되는 인류 문명의 빛과 그림자를 되짚어보고, 씨성(氏姓)에 집착하는 문중사회의 완고함을 비판하는가 하면 여왕의 능에서는 남성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대사회를 대비시켜 바라보기도 한다. 또 신라 왕릉과 각종 유적을 통해 우리 미(美)의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 탐색해보고, 경주사람들의 순박함과 꿈도 복원해낸다. 본문에 수록된 사진작가 강운구씨의 작품도 강씨의 글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읽는 맛을 더한다.

섬진강변 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용택씨의 '인생'(이레 펴냄)에는 50년을 넘게 강을 바라보며 살아온 한 시인의 인생에 대한 관조와 자연에 대한 통찰,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50여편의 글에 녹아 있다.

유년과 청년시절의 추억, 첫 사랑의 이야기, 월부 책을 산 것을 계기로 책과 가까워지면서 시를 쓰게 된 사연 등 살아온 속내를 솔직하고 건강한 글을 통해 기꺼이 보여주고 있다.

이남호씨의 '혼자만의 시간'(마음산책 펴냄)은 고독의 위대함을 화두로 삼고 있다. 고독은 나 자신만이 향유해서는 안되고 자연을 포함한 타자의 고독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필자는 조직의 울타리와 지나치게 부산한 관계맺음이 초래하는 현대사회의 경직과 획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의 세계가 필요하다는 잠언을 던진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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