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 등 서방이 얼마 전 열렸던 APEC(아태 경제협력체) 및 아세안(동남아 국가연합) 정상회담을 계기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끼리의 '지역주의'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아시아적 가치' '아시아주의' 같은 것이 정립될 움직임과 연결시켜 파악하는 눈치이다.
이들이 우려 대상으로 보는 것은 아태 국가들 간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 러시, 아세안 정상들이 한.중.일 3국과 자유무역 지대 설립을 검토키로 합의 한 것 등이다. 이같은 지역주의가 그렇잖아도 흔들리는 WTO(세계무역기구) 같은 다자간 협상 채널의 존재를 위협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아시아의 야망'이라는 논평기사를 통해, "한국.일본.호주.캐나다.칠레.멕시코.싱가포르.뉴질랜드 등이 양자 간 자유무역 협정 체결 러시를 이루고 있다"며, "미국도 이에 동참해 지난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대통령과 고척동 싱가포르 총리가 자유무역 협정 체결 협상에 합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아세안 정상들이 한.중.일 3국과의 자유무역 지대 설립에 대한 검토에 합의했음에도 주목했다.
그 원인 중 하나로는 3년 전의 금융위기를 꼽아, "그것이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지역적인 경제통합을 가속 시키도록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또 EU 움직임도 자극제가 됐다며, 그 범위 확대, 멕시코.남아공과의 무역협정, 메르코수르(남미 관세동맹)와의 협상 계획이 그런 것들이라고 지목했다. NAFTA(북미 자유무역협정) 및 FTAA(미주 자유무역지대) 제안도 아시아 국가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신문은 파악했다.
중국 등 아시아 신흥 시장 외국인투자 독점(61%)에 대한 역내 다른 국가들의 우려, 국내경기 침체에 따른 일본의 해외시장 확보 전략 등도 한몫하고 있으며, 한.일간 자유무역 협정 추진 경우 상호불신 극복이라는 정치적 동기도 개입돼 있고, 싱가포르는 미국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통해 안보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깔고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일부 통상 전문가들은 자유무역 협정 움직임이 모두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일 뿐 경제적으로는 실질 내용이 없는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한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책임지는 지역주의'라는 기사에서 "호주.일본.멕시코 등은 WTO의 진전이 너무 느리기 때문에 대안을 추구하고, 중국도 지역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WTO 뉴라운드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는 그 밖에서 진전을 추구하는 것이 났다는 '아시아의 논리'가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그같은 움직임이 세계경제에 지대한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으며, 어느 블록에도 가입할 수 없는 최빈국들을 소외시킬 위험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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