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만점자도 떨어진 '수능 혼란'

올해 대학 특차전형은 획일적인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서울대에는 수능시험 만점자 1명 등 39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2천500여명이나 탈락하고, 전국적으로는 고득점 낙방자가 무려 5천여명에 이르렀다. 수험생을 한줄 세우기식으로 몰고 가는 현행 제도의 병폐와 변별력 잃은 수능시험의 부작용이 어우러져 빚은 결과이며, 쉬운 수능에 대한 경종이 아닐 수 없다.

수능 만점을 받고도 서울대에 불합격한 수험생은 고교 내신성적이 2등급이었기 때문이었으며, 이 점에서 아주 불리한 고 2년생이 하버드대에 도전해 합격한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쉬운 수능에다 고교간 격차가 큰 학생부 성적을 합산해 우수학생 줄세우기를 하는 특차제도는 분명 모순이며, 현행 제도의 한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미 지난해도 수능시험이 변별력을 잃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바 있다. 서울대 특차전형에서 395점을 받고도 1명이 탈락한 것을 비롯 380점 이상의 탈락 수험생이 3천여명이나 됐다. 그런데도 올해 입시에는 그 혼란을 지양하기 위한 난이도를 조정은 커녕 수능시험을 되레 훨씬 더 쉽게 출제해 대혼란을 빚고 있는 꼴이다. 서울대의 경우 고교에서 배우는 5개 과목에서 모두 잘해야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 평균석차 백분율로 내신성적을 산출하기 때문에 한두 과목에서 처지면 불이익을 받게 돼 있는 것도 문제다. 수능 만점, 내신성적 1등급이어야 안심할 수 있기 때문에 학력.적성.특기 등을 다양하게 따져보는 하버드대보다 들어가기 어렵게 되고, 우리나라 명문대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부르고 있지 않은가.

특정 분야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져도 수능.내신 등 종합성적에서 밀리면 탈락하는 것은 우리 입시제도의 맹점이다. 특수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특정분야 영재 육성 교육이 황폐화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고교별 격차가 큰 내신성적에 의해 수능 만점자가 탈락하는 현상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모든 전형 점수를 합산하는 '총점제 방식'을 바꾸는 방법이 찾아지는 게 옳을 것 같다. 2002학년도부터는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 창의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이 적극 모색되고, 대학들은 다양한 전형제도를 개발하고 정착시키는 길을 찾아져야 할 것이다.

우수한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지식 경쟁 사회에서 대학 진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경시하는 조류가 계속된다면 국가 경쟁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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