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언제나 내가 용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내가 전 세계 앞에 서서 용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은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지난 여름 일리노이주에서 열린 성직자수련대회에서 행한 고백연설의 한 대목이다.
이날 대회에 모인 목사들의 상당수는 클린턴의 성(性) 추문에 넌더리가 난 나머지 "왜 그를 초청했느냐"고 아우성이었지만 막상 그가 고백을 마치고 연단으로 내려올 때는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었다. 클린턴은 그만큼 말을 잘하고 또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백악관을 출입하는 노령의 여기자들조차 클린턴과 마주앉아 얘기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고 고백한걸 보면 확실히 그는 사람을 흡인하는 힘이 있는 모양이다.
미국인들이 복잡한 섹스스캔들을 벌이고도 '부적절한 관계'니 하면서 뺀돌이처럼 빠져나가는 클린턴을 싫어하면서도 그의 인기만은 사그라들지 않으니 이상스럽다. 실상 성추문으로 궁지에 몰렸을때 클린턴의 인기도는 역대 대통령 41명중 지도력 23위, 성격과 도덕성 26위로 중간성적이었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이 66%로 치솟고 있으니 미국이란 나라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인기도 때문일까, 55세의 한창 나이에 백악관을 등지고 나오는 클린턴의 여생은 그야말로 핑크빛 그 자체다. 8년간의 백악관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에도 끄떡없는 강인한 체력과 새로 상원의원으로 정치생활을 시작하는 미모의 부인 힐러리…. 그는 옥스퍼드 같은 명문대학 총장이나 법률 투자회사의 회장자리도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얻을수 있는 입장이지만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때문에 사양하고 당분간 회고록이나 집필하고 강연이나 국제시사 논평같은 업무에 주력할 것이라니 구조조정에 찌들리고 있는 우리 눈으로 보면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이러한 클린턴의 장밋빛 여생도 로버트 레이 특별검사의 손에 달려있다. 레이가 클린턴을 르윈스키 관계 위증과 사법정의 구현 방해 혐의로 기소할 경우 모든게 뒤틀리고 클린턴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미국 여론은 "경제를 살린 대통령을 꼭 핍박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고 워싱턴 포스트지도 사설에서 '죄는 인정하지만 기소는 반대'여서 클린턴은 면죄부를 받을 공산이 한층 커졌다니 귀추가 주목된다. 아무튼 오나가나 경제 회생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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