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을 거듭해온 새해 예산안이 24일 새벽 심야 총무회담에서 전격 타결되기까지 정치권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23일 양당 총무와 예결위의 '장재식(張在植)-이강두(李康斗)' 라인을 풀 가동, 막전막후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을 계속했다.
총무 협상은 공개적으로만 3차례가 있었고 '장-이' 라인은 수시로 가동됐다. 민주당 장재식 예결위원장은 여권핵심부와 수시로 접촉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예산안 처리 전망은 극히 불투명했다. 오히려 성탄절 이후 처리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아침 일찍 당사로 정창화(鄭昌和) 총무를 불러'예산혁명'을 강조하며 1조원 삭감안 고수를 지시한데 이어 민주당측도 4천억원 삭감안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창화 총무와 한나라당 이강두 예결위원장은 민주당측에 "1조원 고수 방침은 물러설 수 없는 최종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도 이에 맞서 "일부 언론에 보도된 '민주당의 7천억 양보안'은 장재식 위원장의 개인적 생각일 뿐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4천억원"이라며 '4천억원 양보안'으로 배수진을 쳤다.
냉랭한 분위기는 계속됐고, 여야 모두에서 "주말내 처리는 물건너갔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후 5시 30분부터 열린 2차 총무회담에서 상당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총무 회담을 마치고 나온 양당 총무도 "가(可)든 부(否)든 오늘중 무조건 결정된다"고 공식 발표, "빅 딜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 후 여권과 야당측은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예결위 6인소위 위원들도 삼삼오오 모여앉아 핵심쟁점에 관한 이견 조율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런 상황속에서 3차 총무회담이 밤 10시30분부터 시작됐다. 총무회담에는 양당총무뿐 아니라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 장재식 위원장, 민주당 정세균(丁世均) 예결위 간사, 이강두 의원이 배석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측은 7천500억원 삭감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한나라당은 1조원에서 약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입장이 많이 좁혀지긴 했지만 아직도 2천억원 안팎의 '괴리'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양측은 구체적인 액수를 놓고 막판 진통을 거듭했다.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 때쯤 이 총재와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들은 인근 H호텔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한 참석자는 "좀 더 협상을 계속하자, 국회 파행도 불사하자, 예결위에서 투표로 결정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고 귀띔했다.
그런 가운데 정창화 총무로부터 "이총재를 찾는다"는 전화가 급히 걸려왔다. 정 총무는 "여권이 최종안으로 '7천억원+α '안을 제시해 왔다"고 보고했고, 이 총재는 이를 토대로 다시 회의를 주재했다.
일부는 여전히 "1조원안을 지켜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지만 대다수가 "새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예산안 처리가 계속 지연될 경우 야당측 부담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총재는 "국민 고통을 덜기 위한 우리 당의 노력이 예산안에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받아들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이런 결정은 곧바로 정창화 총무에게 전달됐고, 여야 총무들은 'α '의 규모를 1천억원으로 한다는 데 전격 합의, 24일 새벽 1시께 8천억원을 삭감하는 내용의 예산안 타결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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